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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말 회식 술문화의 변화

하수의 일상 | 2009. 12. 24. 09:00 | Posted by 하수

'크리스마스'하면 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서울 신림동 XX카페(이상한 술집이 절대 아니다)에서 대학생들이 밤새 와인병 하나 놓고
조용히 자기들끼리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그 게 왜 그렇게 근사해 보였는지...
80년대 중반이라 데모 엄청하고 그런 분위기였는데, 크리스마스의 풍경은 별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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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23 by redslmdr 저작자 표시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크리스마스를 보내자"라며 친구들과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저렇게 근사한 크리스마스는 전혀 지내보질 못 했다.
좀 더 우아스럽고 고급스러운 연말 회식을 보낼 수도 있었는데...
남들이 조용히 이야기 하는 건 예뻐보이고, 우리가 그러는 것은 노가리 까는 것이었다.


우리는 영원한 소주파

문제는 술의 종류였다. 친구들이 맥주도 좋아해서 처음엔 맥주로 시작하다가도,
결국은 내 취향인 소주로 마감이 됐다. 뭐 내가 친구들에게 술을 처음 가르쳤으니...^^
돈이 많을 땐 신림 사거리 유명한 보쌈집에서 푸짐하게 한 상 받아 맛있게 먹다가도
내 취향에 안 맞아, 마지막은 결국 천막지붕 신림시장의 순대집으로 향했다.
아... 그 순대집 너무 그립다. 당시 벽엔 이런 낙서도 있었다. '순대는 순대로 채우자'
돈이 좀 있으면 소주집에서 김치찌개나 해장국밥 하나 놓고 소주병 휘날리며 마시고,
쩐이 좀 없으면 약수터에서 새우깡, 고래밥 몇 봉지 풀고 촛불 키고 소주병 나발 불고...
주택가가 아닌 산이니 고래 고래 큰 목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지금 생각하면 어흑...
아마도 우린 아버지 세대에게 배운 안 좋은 술문화를 맨 마지막에 승화한 것 같다.
우리보다 한두 살 어린 동생들은 이런 짓 안 하고 다녔으니까 말이다.


노래방이 생기면서...

언젠가 노래방이 생기면서 술문화가 조금씩 바뀌었다.
전에는 끝까지 술을 먹다 돈이 떨어지면 귀가하여 방바닥에 쓰러져 잠을 자곤 했는데,
막판에 노래방에 들러 술도 깨고, 먹은 술 칼로리의 에너지도 소비하며 아주 건전해졌다.
물론 더 안 좋을 때도 있었다. 노래방에서 술이 깨서 친구들과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니까
또다시 2차, 3차... 당시는 몸상태들이 아주 좋았을 때라 체력이 남아 돌았다.
그래도 30대가 되니 슬슬 체력이 떨어지며 결국 노래방이 마지막 파장 코스로 정해졌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옛날 노랫말 진짜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이젠 체력이 바닥이라 밤새 놀 힘도 없다.
'얼시구 절시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이젠 내겐 다 옛날 노랫말일 뿐이다.
불혹이 넘으니 슬슬 밤이 무서워지는데 무슨 힘이 넘쳐 놀겠나? ㅎㅎㅎ^^
지금은 그냥 집에서 반주로 소주 몇 잔 마시며 스트레스 푸는 게 낙이다.


크리스마스, 연말 회식 술문화는 분명히 많이 변했다.
아직까지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회적 전반 대체적으로 좋아졌다.
오늘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다.
달콤한 와인 한 병 마련하여 가족이나 친구들과 우아하고 근사한 시간을 마련해보심은...
이웃분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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