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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엽기적인 치킨 먹는 순서


아이가 가끔 특별식을 주문할 때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치킨과 피자 세트메뉴를 시킨다.
2010/01/09 - 치킨과 피자를 한꺼번에 세트메뉴로

혼자 사는 분들은 평일엔 별로 고민을 안 하는데 놀토가 낀 주말엔 먹거리 엄청 고민이다.
혼자 사는 직장인, 그 심정 나도 잘 아는 터라 이 포스트를 요리 카테고리에 넣었다.
이런 글을 쓰면 내가 진짜 이렇게 사는 줄 아실까봐 절대 아니다는 것을 서두에 밝힌다.^^

토요일엔 늦게 일어나 아점으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TV나 보며 방콕하다 저녁이면 혼자 뭘 만들어 먹기도, 나가기도 귀찮아 짜장면과 군만두를 시켜 먹는다. 일요일엔 나름 몸 생각을 한다고 아침도 안 먹고 등산을 간다. 하산길에 맛집인 순대국 집에 들러 한 끼를 때우고 곧바로 집으로 와선 바로 낮잠을 잔다. 어흑... 얼굴에 개기름이 끼며 살이 포동포동...

그리고 저녁이면 또 귀차니즘이 발동해 주문을 하려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장을 보러 나간다. 대파 한 단, 양파 한 망, 무 하나, 풋고추에 깻잎에 소주나 맥주 한두 병까지 한 봉지 가득 만 원 넘게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돌솥에 밥을 지으며 구수한 된장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남은 된장국과 밥을 내일 아침으로 기필코 먹으리라 다짐을 하곤 잠을 잔다. 그러나 막상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찬물 한 잔 벌컥벌컥 마시곤 대충 씻고 출근길에 오른다. 점심엔 회사에서 먹고 괜히 일거리도 없는데 야근을 한다며 저녁까지 얻어먹고는 귀가한다. 집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된장국 냄새가 진동한다. 모든 창문을 열고 그 아까운 된장국을 버린다. 일주일 동안 딱 한 끼만 요리했을 뿐인데 음식물 쓰레기 봉투 새 것이 하나 꽉 찬다. 된장국엔 무가 들어가야 시원하다며 넣지만 절대로 그 무는 안 먹는다.

일주일을 그냥 그렇게 보내다가 또 주말이 되어 냉장고를 열어 보면 전에 장을 봤던 요리 재료들이 쭈글쭈글 시들어 있어 또 버린다. 이번 주엔 절대로 이러지 않기로 다짐을 하며 또 주말에 콩나물과 이것 저것 장을 본다. 그러나 역시...

어쩌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온다면 요리 솜씨를 뽐낸다며 큰 생닭 하나를 사들고 집에 와서 후라이팬 가득 식용유를 붓고 튀김가루를 입혀 치킨을 만든다. 먹을 때까지는 아주 좋은데 문제는 뒷수습이다. 가스레인지는 이미 기름 투성이고 싱크대는 튀김가루 범벅이고...

너무 리얼하게 묘사했나? 어쨌건 솔로 직장인 대부분이 이렇게 산다. 그나마 가정적인 양반의 경우다. 진짜 노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에도 안 붙어 있어서 빨래할 시간도 없다.

어차피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게 더 많다면 장을 자주 보지 말고 그냥 시켜 먹자. 전단지만 잘 살핀다면 세트메뉴 엄청 저렴한 것을 찾을 수 있다. 치킨+피자+콜라+쿠폰+피클+무 이런 세트를 난 딸랑 12,000원에 주문을 한다. 주문하면 대략 20분 후엔 집에 도착한다.

하루는 따뜻하게 치킨을 즐기고 다음 날엔 식은 피자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으면 된다.
2009/07/18 - 식은 피자, 호떡, 호빵, 떡 데우는 법



어느 날 그 치킨을 먹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아이가 미리 치킨의 자리 배치를 해놓는다.
자기가 먹을 닭다리는 자기 쪽에, 내가 먹을 닭날개는 내 쪽에...
뭐 보통 아이들은 다 닭다리를 좋아하니까 별로 이상한 건 아닌데 문제는 닭다리 두 개를 먹고 그 다음 먹을 순서의 부위다. 얼마나 엽기스럽길래 그러냐고? 그 게 어딘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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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아무리 내 딸아이지만 무슨 애가 닭 모가지를 선호하냐... ㅎ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아이의 입맛은 참 독특하다. 미니 족발도 엄청 좋아하는 아이다.
2009/12/11 - 입맛 복고풍인 딸아이와 즐기는 족발

이웃님들 주말 즐겁고 따뜻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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