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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집에선 튀김 요리를 안 해서 가끔 치킨과 피자 세트메뉴를 12,000원에 주문해 먹는다.
2010/01/09 - 치킨과 피자를 한꺼번에 세트메뉴로

어느 날, 부모님댁에 딸아이와 같이 놀러 가서 할머니표 닭볶음탕을 얻어먹을 때 딸아이가 '닭갈비'라고 말하며 맛있게 먹었던 게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짜장면과 갈비가 최고...^^

어제 오후 아이와 가볍게 숙제를 마치고 간식도 먹으며 내 간식같은 점심도 대충 때웠다.
식빵 6개를 후라이팬에서 살짝 구워 아이 것은 치즈를 넣고 난 그냥 물과 같이 먹었다.
아이가 실컷 놀다가 심심했는지 컴퓨터로 타자연습 좀 하겠다고 해서 컴퓨터를 켜줬다.

저녁 메뉴로 바지락 구이와 애호박 부침을 하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자꾸 특판 전단지가 눈에 아른거렸다. 바로 1kg 생닭 한 마리가 3,500원... 살까 말까 무지 고민하다가 아이에게 "닭볶음탕 먹고 싶냐?" 물어봤더니, 생뚱맞게 "닭갈비 너무 좋아요~~~."
생각해 보니 닭볶음탕이나 닭갈비나 맛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국물의 양 차이 정도?


치킨보다 맛있는 바지락 애호박 닭볶음탕


아이에게 컴퓨터 게임 좀 하라고 한 후 장보기 가방 둘러매고 후다닥 장을 봐왔다.



아이스크림과 떡볶이 떡은 당장 먹으려고 산 게 아니라 저렴해서 미리 사놓은 것 뿐이다.
집에 오자마자 생닭을 큰 그릇에 물과 같이 담았다가 10분 간격으로 물을 네 번 갈아줬다.
아이와 좀 놀다보니 저녁 시간, 밥통에 쌀을 씻어 취사 버튼을 누르고는 요리를 시작했다.



깨끗한 생닭과 대낮부터 미리 손질한 500원짜리 바지락이다.
바지락의 해감을 없애고 껍질을 모두 까서 살만 발라 물에 엄청 많이 씻었다.
아무리 요리는 정성이라지만, 아... 조개는 진짜 손질이 너무 힘들다. 진짜 생노가다...^^
큰 냄비에 닭과 물 네 컵을 넣고 물이 끓을 때까지만 끓이다가 체에 받아 깨끗이 씻었다.



680원짜리 애호박, 생강을 갈아 얼린 것과 고춧가루를 꺼냈다.
애호박 싸게 샀다고 자랑까지도 했었는데 동네 마트에선 며칠 후에 500원에 판다. @.@^^
아주 가까운 거리의 마트다. 왕복 1km가 약간 넘는 거리니까... 난 너무 좋은 동네에 산다.

남들은 집주인이 전셋방을 뺴라고 난리라던데, 내가 사는 집은 두 달 전에 전셋집을 부동산에 내놨는데 한 명도 집을 보러 안 온다. 진짜 너무 살기 좋은 동네같다. ㅎㅎㅎ^^
오늘이 전세 만기인데, 이사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구나... 오늘도 역시 삼천포로 빠지네...



냄비를 다시 깨끗이 씻어 기름이 쏙 빠진 닭을 넣고



애호박을 씻어서 반 개를 잘게 썰어 넣고 손질한 바지락도 넣고



생강과 고춧가루를 조금 넣었다. 아이가 먹을 거라 고춧가루의 양은 작은 두 스푼이었다.
비린 맛 제거를 위해 생강을 넣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후추도 세 번 흔들어 넣었다.
고추장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맛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물 딱 네 컵을 넣고,



이 냄비 뚜껑은 만날 후라이팬이랑 놀다가 진짜 모처럼 원래 주인을 간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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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국물 색을 내기 위해 남들은 간장을 쓰지만 난 춘장을 쓴다. 작은 한 스푼을 넣었다.



한소끔 끓이다가 끓는 소리가 나면 불을 줄이지 말고 뚜껑을 반만 덮어서 한참을 졸인다.
간을 보니 약간 싱거워 소금 한 스푼을 넣고 또 간을 보니 뭔지 모를 뭔가가 2% 부족했다.
나만의 비법(?)인 라면스프 작은 한 스푼 듬뿍과 고추장도 작은 한 스푼 듬뿍 넣었더니,
간이 너무도 딱 맞았다. 놀라운 신비의 세계였다.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미원을 먹고 자란 세대라서... 그나마 나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마무리로 양파와 마늘을 조금씩 식가위로 잘게 잘라 넣고 상을 차렸다.
완성작을 음미할 시간이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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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짠... 치킨보다 맛있는 바지락 애호박 닭볶음탕 완성...^^

아이는 닭다리부터 찾기 마련이다. 아이가 먹을 것을 이렇게 담아서



갓 지은 따뜻한 밥과 같이 내줬다. 어제 저녁 만찬 광경이다. 너무도 흐뭇하다는...^^

밥 한 번 퍼서 먹고, 닭다리 한 번 뜯고, 국물 한 번 떠서 먹고, 김치 하나 먹고...
ㅎㅎㅎ 소매도 걷어붙이고, 짜식 먹는 폼 하난 제대로다. 역시 하수의 딸답다.
가끔씩 바지락이 씹힌다. 맛이 너무도 고소하다. 넣기를 잘한 것 같다.

같이 맛있게 먹는 중간에 아이에게 물어봤다.
"치킨이 맛있냐? 닭볶음탕이 맛있냐?", "둘다 똑같이 맛있어요~~~."
조용히 한참을 먹다가 아이가 말을 이었다.
"닭갈비가 더 좋아요. 국물도 있어서..."

양이 은근히 많아 둘이 한참을 먹어도 남았다.
오늘 아침은 고민이 없다. 메뉴가 바로 저 닭볶음탕이니까... 아니, 닭갈비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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