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통 나물을 싫어하듯이 영양이 풍부한 버섯도 지긋지긋하게 안 먹는다. ㅡㅡ;;
하기야 나 또한 어릴 적엔 비빔밥으로 만들어 줘야 겨우겨우 먹은 것 같으니 아이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가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할 때가 있다. 이럴 땐 잔머리 좀 써야 한다.^^
내일 특별 세일하는 중형마트에서 팽이버섯 다섯 봉을 천 원에 판다.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식구도 적은데 다섯 봉을 언제 다 먹는다고... ㅠㅠ;;
두 봉을 500원에 팔면 판매자는 이윤이 많아서 좋고 구매자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을 텐데 왜 이런 식으로 파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소비자의 입장은 생각을 안 하나?
헐... 오늘은 깻잎 여덟 묶음을 천 원에 파네... 반은 쌈으로 먹고 반은 절임으로 해야겠다.
식구가 딸아이와 나 딸랑 둘이라 팽이버섯 한 봉으로 몇 끼니의 요리에 조금씩 넣으니 보통 며칠은 간다. 딸아이가 다른 건 몰라도 부침개와 전은 엄청 좋아하기에 잔머리 좀 썼다.
언젠가 팽이버섯 한 봉을 통째로 넣어 딸아이의 간식인 팽이버섯전을 요리했다.
팽이버섯 한 봉을 손질하고 깨끗이 씻어 그릇에 넣고 달걀 하나와 물 1/4컵, 부침가루 네 스푼, 소금 한 움큼(엄지와 검지로)을 넣고 젓가락 하나로 마구마구 저었다.
약한 불에서 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재료를 넣어 부치다가 뒤집으면,
이렇게 흐물흐물한 상태가 된다. 달걀을 스크램블로 요리하듯이 이리저리 가르고 다시 붙이며 부치는 게 아닌 익히는 개념으로 수분을 완전히 없애며 자주 뒤집어 준다.
예전에 이런 요리를 했을 땐 이런 식으로 안 했더니 거의 망치는 요리가 될 뻔 했었다.
버섯을 대충 살짝 볶다가 달걀과 부침가루 반죽을 나중에 부었더니 반죽의 바깥쪽은 타고 속은 덜 익고, 물론 버섯도 덜 익어서 접시에 담은 걸 다시 후라이팬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버섯은 기름에 볶는 게 아니고 수분으로 익힌다는 것이다.
버섯은 익히고 달걀과 부침가루 반죽은 튀기고... 설명이 너무 어려운가? ㅎㅎㅎ^^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팽이버섯전을 접시에 담고 오이를 얇게 썰어서 같이 올렸다.
자, 이제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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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버섯 싫어하는 아이도 좋아하는 팽이버섯전 완성...^^
아이에게 먹으라고 내주고 잠시 주방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이미 다 먹고 접시를 가지고 주방으로 나왔다. 먹는 속도가 거의 빛의 속도? ㅎㅎㅎ 그 짧은 시간에...
딸아이가 엄지손가락을 올려줬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라 사진으로 담지를 못 했다.
아이가 버섯을 싫어한다면 이런 버섯전은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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