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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요리하다 찬물로 두 번 샤워를


불볕더위였던 어느 날 늦은 오후, 딸아이에게 물어봤다. "뭐 먹고 싶은 거 있냐?"
눈을 깜빡거리며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감자전요~~~."
"이렇게 더운데 무슨 감자전이냐?", "감자전이 먹고 싶어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나쁜 것이 아니고 어지간하면 다 들어줘야지...^^

감자 세 개를 흐르는 물에서 철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껍질을 벗기고 용기에 담고 달걀 하나를 깨어 넣고 소금도 엄지와 검지로 한 움큼 잡아 넣어 분쇄기로 한참을 갈았다.
감자의 갯수에 따라서 재료의 농도가 틀린 거 같다.
예전에 감자 다섯 개를 갈았을 땐 반 정도는 부침가루 없이 부쳐질 수 있는 농도였는데 감자 세 개를 갈았더니 그 정도의 농도가 안 되어 부침가루를 조금 넣었다.

감자를 갈면 윗부분은 농도가 짙고 아래로 갈수록 옅어진다. 감자전을 부치며 재료에 부침가루와 소금을 조금씩 계속 넣어주는 게 포인트다. 부침가루가 싫은 분들은 이 재료를 깨끗한 천에 싸서 꼭 짜고 물기를 어느 정도 버리고 요리하는 분들도 있지만 별로 비추다.



초반부의 감자전이라 부침가루가 거의 없이 순수한 감자전으로 노릇노릇하게 나왔다.
얼마나 노릇노릇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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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요렇게...^^

내 방에서 골프 게임인 팡야를 신나게 하던 딸아이를 안방으로 불러 감자전을 먹으라고 했더니, "와~ 감자전이다. 아빠 최고에요~~~." ㅎㅎㅎ 이 맛으로 요리를 하는가보다.^^

육수쟁이라 집 안에선 팬티만 입고 살며 이미 창문을 활짝 다 열었는데도, 요리를 반도 안 했는데 땀이 흘러내리는 수준이 이미 도를 넘었다. 난 한여름엔 거의 축축한 남자. ㅎㅎ
후다닥 욕실로 가서 찬물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는 주방에서 다시 감자전을 요리했다.



딸아이가 1차는 이미 다 먹어서, 나머지를 접시에 담아서 내줬다.
휴... 이놈의 저주받은 체질은 조금만 더워도 욕실행이다. 두 번째 또 샤워를...

딸아이는 여름방학 동안에 세 가지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첫째, 물놀이하기
둘째, 다리 스트레칭하기 (다리 벌려서 완전히 바닥에 닿는 것)
셋째, 아빠에게 요리 배우기

어린 아이가 무슨 요리를 하겠냐마는 어쨌건 잔머리 좀 써서, 캐첩통을 들게 하고 점으로 찍으며 요리를 해보라고 했다. 요리 장식도 요리라고 우기며...



자기도 요리에 참여를 했다며 흡족해 하다가 하나를 먹어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런데, 자기 요리가 최고라는건가? 아빠 요리가 최고라는 건가?
ㅎㅎㅎ 어느 것이든 큰 의미가 없다. 아이만 행복하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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