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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의 달인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홀아비가 살림을 해봐야 얼마나 깔끔하게 잘 하고 요리를 해야 얼마나 맛깔나게 하겠는가.
이런 나도 그나마 자랑할 게 딱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장보기다.
요즘은 도시가스 요금이 덜 나와서 다소 여유롭지만 겨울철엔 진짜 살림이 빡빡하다.
공과금으로 빠지는 금액이 여름철엔 25만 원 정도, 겨울철엔 3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아참... 딸아이 방과후교실 교육비 매달 3만 5천 원에 자동차세, 차보험금도 있었지...
남는 금액으로 생활을 하려면 전투태세 모드로 살아야 겨우겨우 해결이 된다.
돈을 많이 버는 법은 몰라도, 돈을 잘 쓰는 법은 없이 살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어제 미리 세탁기를 돌려놓고는 오후 세 시쯤에 장보기 가방을 둘러매고 집을 나섰다.
가야 할 특별 세일을 하는 중형마트가 집에서 왕복 2.5km가 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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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강했지만 바람도 솔솔 불었고 계속해서 자주 우중충했던 날씨가 지겨웠던지,



따가운 햇볕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빨래를 하기엔 너무도 좋은 날씨였다.
오늘 획득할 레어 아이템은 바로 부추. 한 단을 착한 가격 무려 980원에 판다.
부추 두 단을 구입하고 일요일엔 오이 좀 사서 같이 가져 오라시는 엄마의 분부도 있어서
특별한 메모 없이 출발한 것이다. 마트를 도착, 출입구 위쪽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좀 쐬다가 우유(900ml), 요구르트(15개), 호떡을 사고 드디어 마지막에 야채 코너를 향했는데...


1인 한정 판매 '부추 1인 한 단'


우띵... 1인 두 단도 아니고 딸랑 한 단이 뭐냐...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대책을 세워야지 짜증만 부리면 나만 손해다.
범사에 감사하라고 했던가? 한정 판매로 인해 운동량이 두 배가 된 셈이니 더 좋은 거지...

계산대로 향하는데 스피커에서 솔깃한 소리가 났다.
"천 원 넘는 애호박을 딱 5분 동안만 두 개에 천 원... 이렇게 팔면 손해보고 파는 거..."
애호박 세 개에 천 원이면 몰라도, 부모님 댁 텃밭에서 가끔 애호박이 나오니 자주 얻어서 오는데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애호박 하나면 국이나 찌게에 넣어 일주일은 버틴다.



가볍게 카드로 계산을 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이 마트를 다시 왔다가 귀가할 시간이 별로 넉넉하지 않았다. 딸아이의 귀가 시간이 다섯 시이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서 일단 윗통을 벗고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욕실을 나오는데 세탁기의 남은 시간이 딱 2분이었다.
이미 세탁은 다 끝난 상태라서 끄고 옷과 이불 등을 탁탁 털어 건조대와 옷장 문에 널었다.
장을 본 걸 정리하며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곤 장보기 가방 둘러매고 또 집을 나섰다.



사람만큼 간사한 동물은 없다고, 좀 아까만 해도 그렇게 반갑던 햇볕이 슬슬 싫어진다.
ㅎㅎㅎ 진짜 복에 겨운 소리다. 또 비소식이 다가올 텐데... 역시 사람은 참 간사하다.^^
다시 아까의 그 마트를 도착해서 일단 부추 한 단을 챙기고는 소주도 하나 구입했다.



난 어지간한 마트의 소주가격을 파악하고 있는데 이 마트가 가장 저렴하게 판다.
집 바로 근처에 있는 마트들은 같은 소주를 4,500원에 팔고 내 단골마트는 그나마 4,100원에 파는데 요즘은 그 단골마트를 거의 안 가고 있다. 소주값 200원 차이 때문에...ㅎㅎㅎ^^
소주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난 20도짜리 1.8리터 페트병 소주만 상대한다.
마늘도 사려고 했는데 가격을 보니 너무 비싸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다른 중형마트를 들렀다. 그 마트는 특별 세일을 안 해도 마늘이 가장 싸고 연두부, 순두부 4개를 천 원에 판다.



딸랑 마늘만 사서 카드로 가볍게 결제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옷 훌러덩 벗고 시원하게 찬물로 머리도 또 감으며 샤워를 했다.
부추를 큰 비닐봉투에 담아 꼭 싸매어 야채실에 넣고 내 방으로 와서 컴퓨터를 켜는데,
"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캬~ 타이밍 끝내준다.", "네???", "아냐, 어서 오라고..."

아이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고 책가방을 열어 보니 조그만 도넛 네 개와 음료수가 있었다.
"이건 또 뭐냐?", "오늘은 부반장 엄마가 주셨어요."
지난 토요일엔 반장 엄마가 한 턱을 내더니 이젠 부반장 엄마까지...
"너 나중에 반장 후보에 또 올라도 그냥 안 한다고 해라. 꼭~~~.", "네~~~."

딸아이도 시원하게 샤워를 시키고는 아까 산 요구르트 두 개와 학교에서 받은 도넛을 꺼내 아이와 함께 맛을 봤다. "헐... 이거 왜 이렇게 다냐?", "전 안 단데요?", "......", "냠냠쩝쩝."
손 씻고 숙제하라고 이르고는 난 주방에서 돼지등뼈를 끓이기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에 돼지등뼈 여섯 근을 9천 원씩에 파는 걸 만 원어치 조금 넘게 사서 부모님 댁으로 갔다가 조금 가져 왔다. 조금만 담으시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두 근 정도였다.
내일 저렴한 돼지등뼈를 이용한 뼈다귀 요리를 선보이겠다. 기대하시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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