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


내 아이는 평범하게 키우겠다?

하수의 일상 | 2009. 7. 13. 11:22 | Posted by 하수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내 아이는 그냥 튼튼하고 모나지 않고 평범하게 키우겠다라고.
평범이 도대체 뜻이 뭔지 궁금하다. 평균은 또 뜻이 무엇인가?

평범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평균 : 여러 수나 같은 종류의 양의 중간 값을 갖는 수.

평범이 보통이라면 평균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전체 99명의 아이가 있다면 50등이 평범한 아이인가?
물론 공부뿐만이 아니겠다. 노래, 춤, 예의, 취미 등 모든 것에 대충 중간 정도만 하면 평범인가?


남편과 노모를 떠나 아이의 교육을 위해...
어제 본가를 갔다가 사촌의 소식을 들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겠다고 했단다.
그 사촌의 자식은 외동딸 딸랑 하나인데, 아이는 아빠, 외할머니 등 모든 친척과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난 반대는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그 친척의 마음대로 사는 게 그 사람의 인생이니까.
난 그 친척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얼마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첫째인 아들은 이미 이민을 간 상태이다.
이민을 가서 살고있는 손주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 아이들이 한글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삼남매 중 막내만 남은 상태가 된다. 그 막내까지 이민을 간다면 그들의 어머니는 외톨이가 된다.
칠순을 훌쩍 넘은 노인분인데, 인생 마무리가 너무 외롭다.
그 막내도 사실 이민 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아닌 눈치였는데, 그 어머니는 같이 이민을 가시려나?

할머니와의 추억
나의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그 분들의 기억이 전혀 없다.
나의 할머니들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나의 청소년기까지의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주셨다.
추석에 모이면 토란국(서울에선 토란대가 아닌 토란 알을 넣은 국을 먹는다)을 먹은 기억.
설날에 모여 어른분께 세배하며 세뱃돈 타서 부모 몰래 꼬불쳐 놓고 윳놀이 하며 놀던 기억.
가마솥에 장작불로 지은 밥과 김칫국, 누릉지 먹고 냇가에서 물놀이하다 참외 먹고 놀던 기억.
날 위해 매일 기도하신다고 늘 격려를 해주시던 나의 친할머니가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속내를 잘 비치지 않으시던 외할머니. 언제나 손을 쓰다듬어 주시던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내 아이는 평범하게 키우겠다
어떻게 살던지 몇 점 짜리 인생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점수를 매길 수가 없다.
부모에게 손주와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버리는 게 1등인 삶이라면,
난 차라리 50등인 인생을 살겠다. 아니, 99등인 꼴찌라도 상관 없다.
난 추억이 많아 행복했다. 어제도 오늘도 추억을 만들며 행복을 느낀다.
내 아이는 평범하게 키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