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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세대가 보기에 이럴 땐 너무 이해가 안 된다



웬 아이스크림이냐고? 그리고 웬 두부냐고?
거리가 1.5km 정도인, 지난 금요일에 신장개업한 중형마트에서 공짜로 받아온 것들이다.
아... 저 녀석들 받아 온다고 무려 한 시간을 넘게 서서 계산을 기다렸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가 온 것 같았다.
새치기를 아무 눈치도 안 보고 거침 없이 과감히 실행하는 진짜 무식한 할머니들...
그 할머니들을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큰 소리로 욕을 하는 할아버지들...
하마터면 나까지도 욕을 할 뻔 했다.
"아... 씨..." 인상을 팍 쓰고 새치기하는 할머니들을 쳐다봤더니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고등어 통조림이 800원, 우유가 500원, 참기름이 3,300원, 3분짜장이 500원.



토요일에도 저 마트에서 장을 봤다. 비가 많이 와서 큰 우산을 쓰고 다녀왔었다.

큰 식빵이 900원, 달걀 30개가 1,900원, 요구르트 15개가 500원,
상추 496원(990원/400g), 황도 통조림 590원,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이 320원,
바나나 한 송이 1,300원, 조개젓 3,800원(1,700원/100g), 우유 500원,
고등어 통조림 500원, 깐마늘 천 원, 3분 카레/짜장 각각 500원.

딸아이와 딸랑 둘이 사니 식구도 적은데 왜 이렇게 많이 샀냐고?
일요일에 부모님댁에 가기 전에 미리 장을 대신 봐드린 것 뿐이다.
오늘은 내 아버지에겐 바로 아래 동생이고, 내 엄마에겐 그 잘나빠진 시동생인 내 작은아버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실 얼마 전에도 그분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2010/04/27 - 애절하고 씁쓸했던 칠순 잔치

사실 그분은 지금 집에 안 계시고 그분의 누나인 내 고모댁에서 지내신다.
고모부도 돌아가셔서 적적했던 터고, 막내 동생이 홀아비로 외롭게 살면서 당뇨, 관절염으로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게 안타까웠는지 얼마 전 막내딸을 대동하여 그분을 모셔갔다.
바퀴벌레가 드글대는 짐도 조금 챙겨갔다는데, 고종사촌이 몰던 차에도 바퀴벌레가 서식한다고 했다. ㅎㅎㅎ 저 집이나 이 집이나 막내들이 고생이다.^^

그분은 바로 위 형인 내 아버지의 말은 거의 무시를 하더만, 그 위 누나인 고모의 말엔 거의 꺠갱 수준으로 말을 잘 듣는다. 없이 살고 있고 장애 등급을 받을 수가 있으니 복지시설로 들어가라는 내 아버지의 말은 무시했다. 나처럼 술과 담배를 즐기는 그분은 복지시설이 감옥살이로 생각이 든 것 같았다. "그럼 일단 나랑 며칠만 같이 살자."는 고모의 한 마디에 곧바로 짐을 쌌다는, 월드컵 경기 땐 피자와 치킨을 주문했다는 일화가 전해졌다.


누구는 치킨 뜯으며 월드컵 보고 누구는 개고생하고...


그분이 없는 동안 버릴 짐을 싹 정리하고 이사를 준비하느라 내 부모님이 며칠 동안 고생을 하셨다. 혼자 외롭게 사는 막내 동생이 안쓰러워 고기, 갈비 같은 음식을 보내줬던 고모의 넘치는 사랑이 문제였다. 쌈장 같은 건 유통기한이 지난 지가 한참이고, 싱크대 어디를 열어도 바퀴벌레가... 옷장을 열어도, 냉장고를 열어도... 아... 곰팡이에 벌레 천지다.

가족의 구성원 중 하나가 몸이 안 좋고 거동이 불편하면 남은 가족들이 고생을 하게 된다.
요즘 세상에 일촌, 이촌도 아닌 삼촌을 누가 챙기랴만은, 부모님이 그분 때문에 장을 볼 시간 조차도 없다는데 나라도 그 일을 대신해 드려야지... 막내가 좋다는 게 뭐겠는가?

며칠 동안 짐을 정리하고는 토요일에 이삿짐 센터를 불러, 2층에서 살던 집에서 1층으로 짐을 옮겼다고 하셨다. 원룸인데 2,500만 원 전세... 내가 사는 집도 2,500만 원인데...
그분이 사는 게 나보다 낫다. 난 방 두 개짜린데 같은 가격이니 더 고급 아니겠는가? ^^
물론 그분은 돈도 없다.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명문 대학교까지 나온 엘리트인데...
고등학교만 나온 내 아버지가 전세집을 얻어 준 것이다. 언제까지나 애물단지라는...

낀세대인 내가 그분을 대하는 그의 형제들을 보면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이해는 하면서도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입장 차이도 생각하고...
형제들은 같은 핏줄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허리도 굽은 내 엄마는 무슨 개고생인가?
칠순 넘은, 나이 아래의 시동생을 언제까지 챙겨야하나?
사실 진짜 불쌍한 입장은 그분이 아니라 내 엄마다. 이러다 돌아가시면 아... 짜증난다.

어제 일요일, 이틀 동안 장을 본 걸 또 다시 꾸미니까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집에 있던 닭 한 마리, 냉면, 냉면 육수 네 개, 오이 하나, 깻잎 한 묶음도 같이 넣었다. 차에 가득 싣고 딸아이와 함께 부모님댁으로 향했다. 형네 식구야 맞벌이에 조카는 중3이라 한창 공부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고, 누나도 한 명이 있지만 출가외인이라 뭐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
부모님 입장에서 의지할 수 있는 자식은 삼남매 중 유일하게 시간이 널널한 나 하나다.

요즘은 딸아이가 할아버지와 미용실 놀이를 하는데, 어젠 할아버지의 귓털을 깎아드렸다.
ㅎㅎㅎ 아이가 초딩이 되니 이젠 별 걸 다 한다. 아버지도 좀 귀찮지만 귀여운 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기분이 아주 좋으신가보다. 효도가 별 거인가? 이런 게 효도지...
엄마가 며칠 동안 그 잘나빠진 그분의 이삿짐 정리로 몸살 기운이 있으셨다. 난 바로 딸아이를 불러 할머니 어깨를 주무르라고 했다. 내 딸아이의 손힘은 천하장사다. 아주 어릴 적부터 1.5리터, 1.8리터 페트병을 들던 아이고, 기합으로 엎드려뻗쳐를 받았던 아이라...^^

장을 본 걸 잘 싼다고 나름대론 정성을 들였는데, 식빵과 바나나를 깜빡하고 못 챙겼다.
바나나는 나중에 사서 드시라고 하고,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고는 빵과 어묵,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또 장을 보러 나갔다. ㅎㅎㅎ 내 주특기는 장보기다.^^
2010/04/26 - 당신의 주특기는? 내 주특기는 장보기



아버지는 술과 담배를 안 하셔서 가끔 빵을 간식으로 즐기시기 때문에 저렇게 챙겨드린다. 어묵은 집에 늘 있어야 요리가 편하다. 두 개를 사서 하나는 놓고 하나만 챙겼다.
평소엔 아이스크림을 즐기시지 않는 부모님이라 내가 가끔 갈 때라도 저렇게 사야한다.
흠... 그러고 보니 요즘은 매주 일요일마다 부모님댁을 간 거 같다.
놀토인 토요일에도 놀러 가라고? 부모님도 개인적인 취미와 사생활이 있지 않은가...
즐거움과 행복만을 드리고 싶을 뿐이지, 부담을 드리고 싶지는 않다.

작은아버지라는 그분 때문에 며칠 계속 고생을 하신 부모님을 보면서 나도 많은 생각을 했다. 나 또한 홀아비이고, 몸관리를 엉망으로 하면 내 노후도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내 딸아이는 물론이고 내 형과 형수에게 짐이 안 되려면 아직 파릇파릇(?)할 때 관리 좀 해야겠다. ㅎㅎㅎ 칠순 넘은 분들이 보시기엔 내 나이도 파릇파릇한 청춘 아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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