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




조개구이를 집에서 먹는 게 좀 힘들다. 냄새도 그렇지만 조개를 구입하는 게 힘들기 때문.
2010/04/28 - 초간단 조개 구이, 바지락 구이
2009/12/21 - 대박 소주 안주, 바지락 구이와 연두부
2009/11/04 - 조개구이의 절대 지존, 고소한 홍합구이

볶음밥이야 내 딸아이가 좋아하는 메뉴지만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한다.
2010/06/26 - 어묵 애호박 햄 열무김치 고추 간장 볶음밥
2010/05/17 - 후다닥 만드는 햄 김치볶음밥
2010/03/16 - 숙주나물 어묵 김치볶음밥

오늘은 어제 저녁에 맛있게 즐겼던 두 가지 요리를 같이 소개하겠다. 난이도는 늘 최하.


찬밥 지존 볶음밥



어제 낮 12시쯤 반팔, 반바지에 장보기 가방 둘러매고 모자를 푹 눌러쓰며 슬리퍼 차림으로 장을 보러 나갔다. 나무도 그렇듯이 사람도 광합성이 필요하다. 이쪽 길엔 가로수가 적어서 반대편으로 갈까도 생각하다가 그냥 걷기 시작했다. 마트의 거리는 왕복 2.5km 이상.



왼쪽은 미리 집에서 간단하게 메모를 한 쪽지, 오른쪽은 영수증이다.
평소엔 사재기는 절대 안 하는데 아이스크림 70% 세일에서 철저한 나도 그냥 무너졌다.
아이가 더위를 지내려면 아이스크림이 꼭 필요한데 사실 60% 세일도 비싸게 느껴져서...
바지락이 두 봉을 600원에, 냉면 육수 여섯 개를 천 원에, 애호박 두 개를 780원에 샀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아이스박스 형태인 내 장보기 가방에 넣고,



4천 원짜리 과자를 반값도 아닌 1,880원에 구입한 건 따로 들고 집으로 향했다.



휴~ 가로수 그늘 아래로 걸으니 너무도 시원했다.



오홋... 저 나무 전에도 자주 보던 나무였는데 너무 기울었는지 밑에 각목을 고여 놓았다.



사진을 한참 찾아보니 올 2월 중순에 저 나무와 딸아이를 찍은 사진이 있었다.
한 장소의 겨울과 여름이라... 느낌이 참 인상 깊다. 그새 아이도 많이 자란 것 같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고는 옷 벗고 찬물로 시원하게 머리도 감으며 샤워를 했다. 이 맛이 바로 여름의 즐거움, 땀 쫙 흘리고 시원하게 샤워하는 맛...^^



아무리 생각해도 바지락 한 봉에 300원씩이면 너무 싸게 잘 산것 같다. 가격 절대 지존.
보통 마트에서 700원, 800원에 팔거나 기껏해야 특별 세일을 해도 500원에 파는데...
해감을 없애려고 물을 몇 번 헹구어 버리고 깨끗한 물 받아 각얼음을 넣어 놓았다.

오늘도 중요한 팁 하나를 알려드린다.
바지락 같은 조개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봉지 채 흔들어서 물이 계속 깨끗하면 신선한 것인데 사지도 않을 거면서 마구 흔들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생선 코너의 담당에게 언제 들어온 거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오늘 들어온 거라고 답한다.
이럴 때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면 자기가 알아서 흔들며 확인시켜준다.^^
장보기의 달인이 되려면 이런 눈빛 교환은 필수다.
2010/06/17 - 육수의 계절 장보기, 햇감자와 시금치로 풍요롭게
2010/05/03 - 고참 주부 9단도 반복하여 실수하는 것들
2010/04/29 - 대박 장보기, 반가운 특판 전단지
2010/04/26 - 당신의 주특기는? 내 주특기는 장보기
2010/01/19 - 주부 하수의 초필살 장보기, 장보기의 진수
2009/11/30 - 장보기의 진수, 특판 할인마트 공략


오후 5시 10분 딸아이가 집에 도착했다. "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와라."
딸아이도 땀을 흘렸는지 옷을 벗기는데 잘 안 벗겨진다. 머리도 감기며 시원하게 샤워를 시키고 한참 머리를 말렸다. 여름에 긴 젖은 머리를 말리는 건 나도 아이도 고생이다.
숙제 검사도 하며 책가방을 싸라고 이르고는 난 주방으로 향했다.



뭐든지 그렇지만 살림은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편하고 즐겁다.
큰 후라이팬에 손질하여 체에 받은 두 봉의 바지락을 넣고 불을 1단으로 켰다.



물론 처음엔 속까지 잘 익으라고 냄비뚜껑을 덮어준다.



다른 쪽 후라이팬엔 애호박과 햄을 잘게 썰고 기름 좀 넣어 숟가락으로 살살 볶는다.



이 때쯤이면 옆의 후라이팬엔 냄비뚜껑 밖으로 물이 보글보글 끓어 나오는데 뚜껑을 치우고 그대로 방치한다. 조개껍질과 후라이팬 바닥에 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계속 굽는다.



볶음밥 만드는 후라이팬에 찬밥을 넣고 잘 펴주며 섞다가 불을 끄고 소금, 깨, 간장을 넣고 간을 보며 골고루 버무린다. 촉촉한 맛을 위해 캐첩을 좀 뿌려주면 완성이 된다.
거의 동시에 두 가지 요리가 완성됐다. 자, 이제 완성작들을 감상할 시간...


.
.
.
.
.
.
.
.
.
.
.
.
.
.
.
.



짜짠... 찬밥 지존 볶음밥 완성...^^



짜짠... 조개구이 지존 바지락 완성...^^



"바지락 먹을 거지?", "네, 초장에 찍어 먹을래요~~~."
짜식... 입맛은 복고풍이라 뭐 좀 먹을 줄 안다.
작은 그릇에 고추장, 식초, 참기름을 넣고 나름 후다닥 초장을 만들어 왔더니,

.
.
.
.
.
.
.
.
.
.
.
.
.
.



헐... 볶음밥이 거의 거덜난 상태...^^



'그래 오늘 실컷 매운 맛 좀 봐라.'
바지락의 살을 떼어서 초장에 넣어 비벼서 아이에게 내줬다.



참기름을 넣어서 그랬는지 그렇게 맵지는 않았나보다. 아이가 물을 안 찾았으니...
그래도 좀 찝찝해서 찬물 조금을 따라서 줬다.

한 시간이 좀 더 흐르니 아이가 과자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저 소화 다 됐어요~."
ㅎㅎㅎ 누가 물어 봤냐? 짜식 그래 내가 니 맘 다 안다.



나름 아빠를 챙겨준다며 나초 작은 부스러기 조각은 내게로 건내준다.
속으로, '니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주둥이냐...'



과자에 심취한 아이의 모습... 나초 한 봉지로는 좀 모자른 듯 해서 하나를 더 꺼냈더니 딸아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 대신 오늘은 아이스크림 없다.", "네~~~."



아래 별모양과 손가락을 꾹꾹 눌러주시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