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울 촌놈 출신이지만 경기도 안산은 내 제 2의 고향이다. 1991년 초에 부모님을 따라 안산으로 이사를 왔고 계속 살았으니 20년이 되어간다. 아마도 계속 안산에서 살 것 같다.
운 좋게 같은 해 첫직장을 공채로 입사했고 내 사회생활도 경기도 안산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사회생활과 전혀 무관한 전업주부지만 나도 한 때는 잘 나가는 직딩이었다.^^
어제 차가 견인이 되었다는 문자를 보고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고는 인터넷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체크했다. 담이 걸려 행동이 불편하고 아팠지만, 견인료 25,000원 외에 30분당 500원씩 보관료가 붙는다기에 어쩔 수 없이 서둘렀다. 건물도 많이 바뀌고 초행길이라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20년을 안산에서 살아서 그런지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견인된 차를 찾으러 가는 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명색이 나들이라고, 버스를 타고 간만에 외출을 하니까 마음 한 구석에 쌓였던 답답함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가끔 바람 쐬러 이렇게 버스 타고 나들이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내가 답답증이 나면 괜히 딸아이에게 히스테리적인 짜증만 내고 별로 도움이 안 되니까...
그 근처에 버스 정거장이 있지 않아 초지동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하늘이 잔뜩 찌푸렸고 우산도 안 가져갔는데 빗방울도 가끔씩 내렸다. 견인된 차의 보관장소는 '안산시시설관리공단'이었는데 무슨 건물이 있는 게 아니라 콘테이너 박스 몇 개가 다였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계산을 마친 후 영수증을 챙기고는 내 차의 위치를 물어서 그곳으로 향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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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띵... 내 차만 견인이 된 건가? 왜 혼자 구슬프게 서있냐? ㅠㅠ;;
차 너머에 보이는 둥근 지붕이 바로 안산의 명물 '안산와스타디움'이다.
건물이 생긴 지 좀 되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저곳 너머에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위치해 있는데 안산에서 이렇게 오래 살면서도 한 번도 안 가봤다.
언젠가 나중에 형편이 좀 나아진다면 딸아이와 문화생활도 가끔은 즐겨야겠다.
근처엔 화랑저수지(화랑유원지)가 있는데 지금은 중 3인 조카녀석이 어릴 적 한겨울 저수지 물이 꽁꽁 얼었을 때 썰매를 태워준다며 형수, 엄마와 같이 다녀온 게 기억난다.
당시엔 형이 차가 없어서 형네 식구가 놀러 오면 내 차로 데려다 주곤 했었다.
조카녀석이 너무 어려서 그때를 기억하려나 모르겠다. 꽃구경도 자주 가고 그랬는데...^^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직원들을 가끔씩 태워줬던 그길로 접어들었더니 감회가 참 새로웠다. 시집, 장가들은 잘 가서 잘 살고 있으려나? 야근 후 어두워 침침한 눈을 비비며 가던 도로, 거래처 들른다며 대낮에 땡땡이 치고 동네 사우나로 향했던 그 도로를 지나치며 옛 추억을 회상했다. 가끔 동료들과 곱창집에서 마시던 소주도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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