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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vs 늙은 홀아비

하수의 일상 | 2009. 4. 22. 13:39 | Posted by 하수

딸내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시립어린이집이다. 만 5세반이 모두 24명으로 친구가 아주 많다.
요즘은 친구들과 자기 식구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 듯하다.
어제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딸내미와의 대화 내용이다.
"아빠, 내 친구들 아빠 중에 29살 꽃미남이 있대요."
(괜한 자격지심이 들어서) "그런데?"
"우리 아빠가 나이가 제일 많대요. 그래서 내가 1등이래요." 기분이 좋은 듯 웃으서 말한다. ㅠㅠ;;
아이의 얘기가 좀 당황스러웠다.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29살이면 띠동갑도 넘는 나이 차이니 당연히 1등이겠지만, 아이가 커서 세대차이 난다고 하면 어쩌나?

가끔 어린이집에서 엄마와 관련된 내용의 대화나 학습시간이 있을 때 애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담임선생과 전화로 면담을 했는데, 다행이 아무런 내색 없이 밝게 지낸다고 한다.
1년에 두 번정도 어린이집에서 토요일에 가족행사를 하는데, 한 번도 참석을 안 했다.
엄마없이 아빠만 참석하면 상황이 안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물론 토요일에 택배를 받아야 할 때도 있고, 애와 같이 장 보러 나가야 할 때도 있지만...
지난 토요일에도 그런 모임이 있었는데, 오후에 택배받고 애와 둘이 봄나들이 다녀왔었다.

애 엄마는 딸내미와 매일 통화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우리집에 애 만나러 놀러와 점심, 저녁 먹고 간다.
내년에 학교 들어가면, 컴퓨터로 모녀가 화상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TV에 어느 모녀가 같이 무엇을 하는 게 나오면, "나도 저거 하고 싶다."라고 할 때가 가장 난감하다.
"아빠랑 같이 하면 되지, 뭐가 그리도 하고 싶냐?"라며 그냥 얼버무린다.
엄마와 왜 같이 살 수 없는지, 같이 살면 안 되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하여 애가 인식하고는 있다.
다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준 내가 부모로서 애한테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오늘도 스스로 한 번 다짐해본다.
최고로 좋은 상황도, 젊은 아빠도 아니지만 너에게만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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