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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교실 선생님의 양말은 깨끗한가요? 혹시 슬리퍼 차림?


방과후교실은 장판이 깔려 있어서 거기선 실내화를 신지 않고 양말만 신은 채로 지낸다.
정원이 30명이라 많은 아이들이 함께 지내면 방바닥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건 이해를 하겠지만, 예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는 하루 종일 양말만 신은 채로 지내도 깨끗했는데 비교가 되어도 너무 비교가 된다. 덕분에 매일 쭈그리고 앉아서 손빨래를 해야만 한다.

아이의 양말이 좀 작은 것 같아 아이의 엄마에게 양말 몇 켤레를 검은색 계열로 사오라고 시켜서 작은 양말은 버리고 새것으로 바꿨더니 이젠 훨씬 낫다. 원래는 분홍색과 하얀색 계열이 주종이었는데 손빨래를 자주 하다 보니까 양말의 앞쪽 바닥 부분이 너덜너덜...
도대체 양말이 버텨 나질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래된 양말도 아닌데 해진 양말이라...

그저께 아이가 벗은 바지를 보니 공사판에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무릎 꿇고 벌을 선 것도 아닌데... 왼쪽 주머니 아래에는 친구들과 발장난을 쳤는지 발자국 비슷한 것도 있었다.
초등학교 미술활동이나 POP수업에서 물감을 종종 쓰는데 가끔씩 옷에 물감을 묻혀 오는 날이면 손빨래를 하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다. 나중엔 쭈그리고 앉았던 다리가 다 저린다.

요즘 집집마다 세탁기가 있듯이 부모님 댁에도 세탁기가 있긴 하지만 엄마는 손빨래만을 고집하신다. 물값 전기값은 둘째 치고 손빨래로 한 게 세탁기로 빤 것보다 더 깨끗하다며 세탁기를 안 쓰신다. 난 딸아이와 함께 일요일마다 부모님을 찾아 뵙는데 날씨가 좋은 날이면 혹시 이불 빨 건 없냐고 여쭙는다. 세탁기를 대신 돌려드리기 위해서다. 남향의 마당이 넓은 집이라 탈수까지 마친 이불을 널으면 몇 시간도 안 돼서 뽀송뽀송하게 마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재의 나는 너무 나태하고 게을러졌다.
부지런하신 부모님을 뵐 때면 너무 죄송스럽고 내 아이에게 붓는 정성이 모자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까짓 손빨래 조금 하는 것을 가지고 가끔 짜증을 낼 떄도 있었으니...

아이만 다치지 않고 밝게 자라준다면 이까짓 손빨래쯤이야 뭐가 대수겠는가?
전업주부가 살림을 하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니고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일 뿐인데...
오늘도 저녁에 더러워진 딸아이의 빨랫감을 흥겹게 손빨래로 깨끗이 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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