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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도시락은 자주 만들었지만 운동회 도시락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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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동네 잔치인 운동회가 있는 날이었다.
사실 이틀 연속 한 시간씩 밖에 잠을 못 자서 몸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근심과 걱정 모두 버리고 저녁에 소주 몇 잔 기울이며 아이와 수다를 떨며 밤 아홉 시엔 같이 잠을 청한다. 술기운을 빌어 편안하게 잠은 드는데 문제는 딸아이가 이를 가는 것...
뽀드득, 뽀드득...
덕분에 또 한 시간만에 깨어나 아이가 걷어찬 이불을 다시 잘 덮어주고 자리에 눕지만 밤새 명상만을 할 뿐이다. 요즘은 종교인이나 철학자가 된 느낌이다. 많은 생각을 하니까...
홀아비로 아이와 둘이 사는 게 만만치가 않다. 이러다가 나이 50엔 백발이 될 것 같다.

잠이 모자르니 어질어질 현기증도 나고 목도 뻐근하고...
새벽 다섯 시에 밥통에 쌀, 찹쌀과 조를 넣고 깨끗이 씻어 30분 정도 불리다가 취사 버튼을 눌렀다. 아이가 일찍 일어나길 기대하며 이것 저것 천천히 준비를 했다.


운동회 도시락 - 어묵 김치 볶음 유부초밥



전날 미리 사놓은 방울토마토. 100g에 400원을 하는 아주 착한 가격으로 212g을 848원 주고 샀다. 반도 안 되는 양인 열 개 정도를 꼭지를 따고 체에 받아 깨끗이 씻었다.
한여름엔 100g에 150원씩에도 파는 방울토마토지만 계절이 제철이 아니기에...



2주 전에도 도시락으로 유부초밥을 쌌지만 맛이 너무 평범해서 이번엔 좀 더 맛있게 만들 작정으로 배추김치와 어묵을 잘게 잘라 후라이팬에서 기름 없이 약한 불에 살살 볶았다.
이 때가 7시가 조금 안 되었는데 아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운동회를 많이 기대했는 듯...



간장을 좀 넣어 색과 향을 추가하면 바로 이렇게 맛깔나는 예쁜 상태가 된다. 불을 끄고,



갓 지은 따뜻한 밥을 큰 그릇에 담았다. 쌀의 양은 계량컵으로 한 컵 반 정도다.



유부초밥 재료를 깡그리 다 넣으며 유부를 잘게 자르고,



어묵 김치 볶음을 넣고 슥슥 비비며 아이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도시락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이라 온기와 물기가 없어 맛이 없게 된다.
촉촉한 도시락을 위해 난 캐첩을 뿌린다.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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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짠... 운동회 도시락 - 어묵 김치 볶음 유부초밥 완성...^^



아이부터 먼저 먹으라고 하고 미리 얼려 놓은 물, 냉장실에 보관한 포도주스(4개 천 원), 과자(두 개 천 원)도 하나 꺼내고 방울토마토도 300원어치 정도인 8개를 담았다.
도시락을 다 싸고는 아이 옆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데 아이가 은근히 먹는 속도를 올렸다.
그렇다. 오늘도 맛을 증명할 인증샷 바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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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바로 이 맛에 요리를 하는가보다.^^
담고 남은 방울토마토가 세 개가 있어서 내가 하나 먹고 아이에게 두 개를 줬더니 아주 맛있게 먹었다. 비싸다고 자주 안 사주다가 싸게 팔길래 조금 사서 간만에 줬더니 너무도 맛있게 먹었다는...

아이 먼저 샤워를 시키고 체육복 입히며 머리를 예쁘게 묶어줬다.
TV 좀 보고 있으라고 하곤 나도 꽃단장(?)을 했다. 샤워하며 머리도 감고 수염도 깎고...
평소에 장보기 가방으로 쓰는 가방에 도시락을 넣어 매고는 돗자리도 하나 챙겨서 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날씨가 잔뜩 찌푸렸고 빗방울도 아주 가끔씩 내렸다. 다행히도 우산을 챙길 수준은 아니었다. 잠을 못 자 눈앞이 어질어질 현기증이 났지만 저녁엔 푹 자길 기대하면서 그냥 버텼다.
학교에 도착하니 번데기 냄새가 아주 끝내줬다. 피자에 치킨에 짜짱면에...
ㅎㅎㅎ 배 나온 아줌마들 오전부터 또 치킨에 피자를 뜯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사주는 게 아니라 자기들만 잔뜩 먹는다. 도시락 자체를 아예 안 갖고 온 양반들도 많았다.
10개나 되는 여는 마당에 이어 16개나 되는 오전 행사가 끝나니 시간은 11시 50분.

바람도 많이 불어 아이가 추울까봐 그냥 집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정하고는 10분 거리인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끓여 놓은 결명자차가 아직 덜 식어 따뜻해서 물도 한 컵 따라주며 먹으라고 했다. 나야 뭐 늘 점심은 안 먹고 물로 때우니까 물 두 컵을 마시고는 아침에 어질러 놓은 것들을 시간이 모잘라 치우질 못 했는데 시원하게 깨끗이 설겆이를 했다.
아이가 달리기도 하고 소리 높여 응원을 해서 그런지 밥을 먹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과자와 방울토마토도 먹으라고 하며 포도주스에 빨대를 꼽아줬다.

다시 아이의 손을 잡고 운동회 운동장이 있는 학교를 향했다.
날씨가 너무도 화창하다. 바람은 심했지만 햇볕은 쨍쨍... 덕분에 난 광합성 제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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