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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취미라고? 애 키우는 주부면 요리는 생활이다


맛집 몇 군데 다녀온 분들이 나에게 가끔 조언을 해주신다.
"볶음밥 재료는 잘게 썰어야 맛있데요."

주방장이 한 이야기를 그대로 믿고 계섰던 것 같았다.
볶음밥 재료가 잘게 썰어져야 진짜로 맛있을까?
요리를 빨리 하려고 잘게 썬 것을 왜 소문난 주방장이 한 이야기라고 다 믿는 걸까?
씹는 맛을 위해서 볶음밥의 재료는 어느 정도의 크기로 썰어져야 한다.

난 어릴 적부터 큰 식당 막내 아들이었다.
식당이 바쁠 땐 주로 설겆이로 도움을 드렸지만, 육수의 간을 보는 건 내 담당이었다.
갈비탕과 잔치국수의 육수를 간을 보는 것은 한식당에선 엄청 중요한 일이다.
주부생활 50년에 식당 수십 년을 하신 엄마도 내 요리엔 아무 잔소리가 없다.
나에게 이런 저런 조언은 이제 사양하겠다. 나에게 요리는 취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요리 블로거들의 글을 볼 때마다 가끔 짜증이 난다.
제철 채소도 아닌 걸 비싸게 구입해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뭔 실험을 하는 건지...
원가 개념을 잊은 지는 오래이고 그냥 인기를 위해서 글을 쓰는 것 같다.
과소비를 유발하는 글은 이젠 좀 그만두자.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데 도움이 되어야지...


시원하게 즐기는 500원도 안 하는 쫄면


토요일, 놀토가 아니어서 딸아이가 학교에서 점심을 안 먹고 오기 때문에 시간에 맞추어 점심을 차렸다. 메뉴는 카레라이스... 아이가 맛있게 먹는 걸 확인하고는 난 또 살림을 시작했다. 나의 직업은 전업주부다. 홀아비라 이것 저것 모두를 혼자 알아서 해야만 한다.

다른 분들은 살림이 귀찮고 고단하다는데 다 마음먹기 나름인 거 같다.
누가 대신해 줄 상황이 아니라면 차라리 나처럼 즐기자. 뭐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분명히 책상 옆에 고리가 있어서 책가방을 걸어 놓을텐데 이상하게 바닥이 더럽다.
뭐 따질 필요 없이 그냥 빨기 시작했다.



빠는 김에 신발주머니와 실내화도 빨았다.
저 실내화는 예전에 온라인으로 구입을 했는데 가격은 딱 천 원...^^
욕실 바닥이 좀 더러워서 청소도 살짝 하니까 땀이 났다. 찬물로 샤워하기는 좀 뭐해서 팔굽혀펴기 50회를 하고 시원하게 찬물로 샤워를 했다. 운동을 따로 하나? 난 안 그런데...

아이와 컴퓨터로 공부 좀 하다가 게임 좀 하며 놀고 있으라고 하고는 간단히 장을 봤다.



요구르트 15개가 500원, 방울토마토 500g짜리 두개를 1,980원, 스위트콘이 딸랑 500원, 2천 원짜리 빵이 반 값인 천 원, 아이스크림이 70% 세일이라 천 원짜리 돼지바가 300원, 700원 짜리 아맛나가 210원이다. 또 땀이 났다. 난 육수쟁이라 조금만 움직여도 여름엔 거의 탈진 상태...^^ 아이에게 비싼(?) 돼지바를 주고 난 또 찬물로 샤워를 하고는 아맛나를 먹었다. 가끔 이렇게 즐기는 아이스크림은 진짜 시원하고 달콤하다.

요즘은 50% 세일하는 아이스크림도 비싸서 못 사먹겠다. 도매가가 얼만지 진짜 궁금하다.

저녁을 맛있게 차려주고 간식까지 먹이고 한참 아이와 수다를 떨면 아이가 잠이 든다.



ㅎㅎㅎ 역시 아빠에겐 딸이란 존재는 참 뭐랄까... 하여튼 딸 키우는 맛은 일품이다.^^

일요일은 부모님댁에 놀러가는 날.
딸아이의 추억을 위해, 그리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셈치고 자주 가려고 노력을 한다.
그냥 가면 좀 아쉽다. 방울토마토 한 팩, 먹고 남은 시금치와 500원짜리 애호박, 700g의 850원짜리 큰 식빵을 챙기고, 특판하는 중형마트를 들렀다.



칠순 넘은 부모님이 날 인정을 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바로 장보기와 저렴한 요리다.^^
내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는 요리는 바로 내가 끓여 드리는 짜짱라면...
2010/02/25 - 짜장면, 자장면, 짜장라면 맛있게 만드는 법
2009/12/16 - 짜장라면 하나로 짜장면 2인분 만들기
2009/07/21 - 춘장 두부부침과 볶음 짜장라면

식빵 큰 걸 850원, 2천 원짜리 호떡을 천 원, 냉면 1kg짜릴 900원, 참외 9개를 3,980원, 보통 마트에서 천 원이나 1,200원에 파는 햄을 650원씩에 구입을 하고 부모님댁으로 갔다.

참외를 진지하게 고르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고르던 할머니가 날 컨닝하고 있었다.
컨닝을 하면 오히려 내가 해야지 왜 할머니가 날 컨닝을 할까? 속으로 한참을 웃었다.
계속 컨닝을 하시기에 한 마디 했다. "그냥 노란색으로 고르세요. 냄새도 맡아보시고..."



부모님댁 옆마당엔 고추가 싱그럽게 자라고 있었다. 몇 개를 따서 점심에 맛을 봤다.



앵두가 참 곱게도 열렸다. 요런 건 바로 따서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사랑초도 무럭무럭 자라고



방울토마토인지 그냥 토마토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 자라고 있었고,



가지도 잘 자라고 있었다.

난 평소엔 점심을 안 먹는다. 아침을 너무 든든하게 먹는 스타일이고 주부라는 직업이 은근히 칼로리 소비가 적다. 그래도 부모님댁에 놀러가면 어쩔 수 없이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고 딸아이와 신나게 놀고는 오후 다섯 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전에 들른 마트에 또 들러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하니 밥타임인 저녁시간...



늘 강조한다. 면을 삶을 땐 후라이팬이 짱이다.

오늘도 중요한 팁 하나를 알려드린다.
쫄면과 냉면의 보관 장소는 냉장실이 아닌 바로 냉동실이다.
개봉을 안 한 건 상관 없는데 일단 개봉을 한 건 냉동실에 넣고 보관하는 게 정답이다.
꺼내서 수돗물에 적시면 얼어서 달라붙은 면들이 곧바로 풀리게 된다.



내 쫄면 재료인 사인방. 쫄면, 고추장, 연겨자와 냉면육수.
저렴하게 구입한 방울토마토 두 개를 꺼내 4등분하고 예쁘게 치장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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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짠... 시원하게 즐기는 500원도 안 하는 쫄면 완성...^^
쫄면을 그냥 국물 없이 즐기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냉면 육수를 넣으면 더 맛있다.
2010/06/18 - 쫄면 먹고 응원하다 삼겹살 먹고 잠들다
2009/07/27 - 토마토 육수 쫄면, 호밀식빵 샌드위치
2009/06/03 - 토마토 육수 쫄면

진짜로 500원도 안 하냐고? 내가 언제 뻥을 치던가? 사실 원재료 500원도 안 한다.
쫄면 1kg을 1,650원에 주고 샀던가? 육수야 다섯 개에 천 원이고, 방울토마토야 뭐...^^
쫄면과 냉면은 메이커마다 가격이 틀리겠지만, 어떤 건 1kg을 900원에 판다.



짜식... 좋아하는 쫄면은 안 먹고 방울토마토부터 먹더니 드디어 쫄면을 먹기 시작했다.

요즘은 배추김치가 없어서 저렇게 열무김치를 먹고 있다.
아... 딸아이가 김치볶음밥 너무 좋아하는데, 김치를 담궈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배추가 제철이 아니어서 그냥 참아야겠다. 나까지 과소비하는 글을 쓰면 안 되니까...

오늘 이렇게 저렴하고 시원한 쫄면은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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