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길거리표 샌드위치 만드는 비법 공개
어느 날 오후에 아이가 간식을 원하는데 집구석에 치즈도 없고 햄도 없고, 달걀 후라이를 하자니 너무 부담스럽게 헤비한 것 같고 냉장고를 뒤져 보니 오이가 먹던 게 남아 있었다.
일단 식빵 두 개를 후라이팬에서 기름 없이 굽다가 뒤집어 놓아 불을 끄고 오이를 썰고 마요네즈와 캐첩을 꺼내 상을 차렸다. 시간? 1분도 채 안 걸린 것 같다.
자,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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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던 오이의 단면에 랩을 씌워서 보관을 해야되는데 그냥 귀찮아서 방치하다 그 쪽은 썰어 내가 먹는다. 그래서 왼쪽의 샌드위치는 내가 먹었다. 식빵을 위아래가 아닌 옆으로 접어 마요네즈와 캐첩이 섞이지 않도록 하고 위쪽인 마요네즈 부분부터 먹다가 중간쯤에 도착하면 반대로 돌려 캐첩 부분을 먹으면 된다. 너무 허접한 간식이라고? 간식이 좀 허접해야 간식이지, 식사였다면 이렇게 만들지도 않는다. 달걀 하나라도 부치면 몰라도...^^
아이가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고 오후엔 방과후교실에서 분명히 간식을 먹는데,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출출하다고 그런다. 귀가시간이 오후 다섯 시라 저녁 식사를 하기엔 너무 이르고 그렇다고 부담스러운 다른 간식을 주기도 애매하고 난처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식빵으로 토스트를 만들고 깻잎 한 장, 또는 저렇게 오이를 썰어 넣고 마요네즈, 캐첩을 뿌리면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고 시간도 별로 안 걸리는 훌륭한 간식이 완성된다.
주스 등을 같이 먹어야 좋은데 사실 이것도 많이 먹으면 너무 배가 불러 이후에 즐길 식사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오이의 95%가 수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이를 넣은 샌드위치를 먹을 땐 주스, 우유, 물은 아주 조금만 따라서 주면 된다.
<오늘의 팁 : 추억의 길거리표 샌드위치>
그냥 가볍게 포스트를 마치려니 뭔가 허전해서 내가 25년 전에 진짜 잘 나가는 샌드위치 포장마차 주인장에게 직접 배운 길거리표 샌드위치 만드는 비법을 간단하게 공개하겠다.
요즘은 기름을 어떤 걸 쓰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기름종이로 씌워진 직육면체의 마가린으로 기름을 대신했다. 요게 철판 위에서 타들어가며 기름으로 만들어 질 때 나오는 그 꼬리꼬리한 향기도 일품이었다. 불이 약한 쪽에선 식빵이 구워지고 있고 이젠 토스트 중간에 들어갈 내용물을 만들 차례다. 그릇에 달걀 하나와 우유, 소금, 채 썬 당근을 조금 넣고 잘 섞이게 많이 저어 철판 위에 붓고 타지 않게 자주 저으면서 전을 만들 듯이 만들면 된다. 요건 반으로 나누는데 그 반이 1인분이다. 잘 구워진 식빵에 저 내용물과 캐첩을 뿌리며 콘모양으로 돌돌 말아 작은 종이에 감싸며 손님에게 물어본다. "설탕 좀 뿌려드릴까요?"...
우리가 길거리를 지나다가 샌드위치의 향기에 취하는 이유는 바로 우유가 타는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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