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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공을 찬 축구 이야기...
남자들 술 한 잔 걸치면 자주 말하는 에피소드다.
불혹 넘어 민방위도 졸업하고 나이가 들면 이런 얘기는 사실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종교 이야기? TV 드라마 이야기?
ㅎㅎㅎ 글쎄... 난 딸아이와 알콩달콩 사는 재미가 더 크다.
남들은 아이 안 재우고 같이 TV를 밤 늦게까지 본다던데 난 밤 9시에 아이와 같이 잔다.

내가 잘 아는 목사님은 딱 네 분인데 우연인지는 몰라도 모두 암이 걸리셨다.
내 친척 한 분을 포함한 두 분은 이미 돌아가셨고 나머지 분들은 투병 중이다.
그분들 사는 모습을 보니 너무 고단하고 힘이 들어 보였다.
종교인으로서의 점수는 100점일지 몰라도 아빠로서의 점수는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아이에게 점수를 후하게 받는 아빠는 아니어서 남의 인생에 점수를 매긴다는 게 우습겠지만 그분들이 만약 종교인이 아니었다면 더 후한 점수를 받았으리라고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 사람 사는 재미 아닌가?
수 많은 블로그 이웃이 있지만 내가 흥미로워 하는 블로그는 바로 일상사 블로그다.
억지스러운 삶이 아닌 진솔한 인생을 엿볼 수가 있어서 너무도 좋다.

내가 파워블로거도 아닌데 나에게 문의하는 분도 많다.
인기와 소통 중에 어느 것이 더 소중하냐고...
인기... 개뿔 영원한 게 어디 있겠는가? 나중에 나이 팔십 먹어도 그런 글을 쓸 건가?
남는 건 인연 뿐이다. 블로그는 이웃과 소통하는 맛이 최고다.

아... 요즘엔 글을 쓰면 왜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지...
아... 안 되겠다. 아침밥 차리러 잠시 글을 멈추고 이따 다시 글을 이어야 할 듯...
홀아비가 딸아이와 사는 인생은 잠시 후에...^^


지난 토요일 아침을 일찍 먹고 아이 꽃단장 시켜서 부모님댁에 놀러 갔다.
보통 '손주와 할아버지의 관계'하면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내 딸아이와 아이 할아버지의 관계는 거의 친구다.
뿅망치로 '참참참' 게임도 하고 글짓기, 받아쓰기도 같이 하는 그런 친구 사이다.
자주 부모님댁에 가려고도 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세 번 찾아뵙는다.
아이가 너무 나대어 아이의 할아버지가 많이 힘들어 하시고, 홀아비인 막내를 챙겨주시느라 바쁘신 엄마의 무거운 짐을 보며 자주 가는 것도 은근히 부담이 되었다.

한 달에 네 번인 주말 중에 본가에 안 가는 주말은 아이와 뭐 하며 지내냐고?
바로 아이의 엄마가 한 달에 한 번 놀러 오는 날이다.

엄마의 존재로서 따로 살며 아이를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그 심정은 잘 알고 있다.
나와는 이혼한 사이로 서로 남남의, 아니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도 좋겠지만,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유지시켜 주기 위해 난 평생 재혼 안 하며 살기로 작정을 했다.
불혹이 넘은 그녀도 사실 좀 불쌍하다. 지금은 자신의 부모님댁에 얹혀 살고 있지만,
'그 부모 모두 돌아가시면 누가 그 여자를 챙겨줄까...' 이런 걱정도 앞선다.
형제, 자매가 있다지만 뭐 부모만큼 챙겨주는 존재들은 아니기에...

다시 같이 살라고? ㅎㅎㅎ 홀아비로 살며 딸아이 하나 챙기기도 내겐 벅차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 밥 먹이고 씻기고 옷 입혀 로션 발라주며 왕꼴찌로 학교를 보냈다.
아침밥이 너무 헤비(heavy)한 게 문제다.
간단히 대충 먹여도 될 것 같은데 내 오래된 습관이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나쁜 습관은 아니라서 구태여 고칠 필요는 없겠지만 아이가 늘 지각을 해서...
내 스스로 위안을 한다. '지각 좀 하면 어때... 건강하게 자라면 그만이지...'

이렇게 사는 내가 흥미로웠는지 TV 휴먼다큐 '인간극장'에서도 취재문의가 들어왔다.
어떻게 답변했냐고? 한마디로 노땡큐~
요즘 세상에 이혼이 흉은 아니라지만 뭐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도 아니라서...
그냥 변방에서 아이와 조용히 살고 싶다. 서로 의지하며 알콩달콩...


아...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자꾸 삼천포로 빠지네... ㅎㅎㅎ^^
어제 좀 과음을 했나? 안 되겠다. 찬물 한 잔 더 떠와야지...
다시 지난 토요일로 돌아와서,


아이가 아이 할아버지에게 엄청 힘든 과제를 내었다. 바로 동시를 쓰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는 민물 낚시인데, 좀 과하여 거의 어부의 수준이다.
냉장고 냉동실엔 매일 손질한 생선이 리필되고, 매일 요리로 탄생된다.

칠순 훌쩍 넘으신 백발의 아버지가 쓰신 시 한 편을 소개한다.




기다림

낚싯대 어깨 매고 계곡을 찾아
낚싯대 들이우고 찌를 본다
하늘에는 구름조각 흩어지는데
너는 어찌하여 신호가 없느냐



월말이라 그런지 본가 근처엔 특판하는 할인마트가 없었다.
한참을 재밌게 놀다가 귀가하는 길에 집 근처 중형마트를 들렀다.


레어 아이템 득템, 사는 게 이런 맛이지

사실 저 마트는 어제로 문을 닫았다.
막판에 물건을 처리한다고 몇 가지는 엄청 저렴하게 판매를 했다.
요즘 아채값이 장난이 아닌데 오이고추 한 팩을 딸랑 천 원에 팔기에 두 팩을 샀고,
늘 저렴하게 판매하는 2천 원짜리 빵도 천 원씩에 두 가지를 샀다.

온라인 게임에만 레어 아이템이 존재하는 게 절대 아니다.
살다보면 가끔 이렇게 득템하는 날이 있다. 사는 게 바로 이런 맛이지...
풋고추를 영양제 대신으로 먹다가 요즘은 하도 비싸 한동안 못 먹었는데,
풋고추도 아닌 오이고추를 단돈 천 원으로 이렇게 싸게 살 줄은 꿈에도 못 꿨다.

덕분에 그제, 어제 기쁜 마음으로 비타민C 엄청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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