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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엔 뼈다귀를 뜯자

하수의 퓨전 요리 | 2010. 9. 9. 10:57 | Posted by 하수


비 오는 날엔 뼈다귀를 뜯자


뼈다귀 해장국도 포함. 해장국이 별 거인가? 해장용으로 먹으면 해장국이지...^^



날씨가 이렇게 화창하면 좋겠는데 일요일까지 비가 내린다고 하니 빨래가 또 걱정이다.
땡볕이었던 그제 이불 빨래까지 해놨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진짜 난리였을 것 같다.
어제 예고한 대로 오늘은 돼지 등뼈로 만드는 뼈다귀를 소개한다.

일요일 아침에 특별 세일하는 마트를 들러서 돼지 등뼈 한 근에 1,500원 하는 걸 만 원어치 넘게 사서 부모님 댁으로 갔다. 꽁치 튀김과 김치찌개가 메인인 점심을 맛있게 먹고 한참 수다도 떨며 재밌게 놀았다. 딸아이는 아이의 할아버지 담당이고 난 엄마 담당이다.^^

돼지 등뼈를 한 끼만 먹게 조금만 달라고 하며 남은 뼈를 냉동실애 넣기 전에 미리 피를 뺴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냥 나중에 빼겠다고 하셔서 막내 아들인 내가 잔소리 좀 했다.
식당을 오래 하신 분이고 식당 경력을 빼더라도 주부 경력만 50년인데 자꾸 깜빡하신다.
냉동된 뼈의 피는 진짜 안 빠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당장 안 먹더라도 미리 빼 놓은 게 정답이다. 결국 싱크대에서 배수구를 마개로 막고 물을 받아 돼지 등뼈를 담았다.

나도 집에 와서는 얻어 온 뼈를 큰 그릇에 담고 물을 받아 한 시간에 한 번씩 물을 갈았는데 세 번을 했다. 나중에 체에 받아 물기를 없애고 위생 비닐에 넣어 냉동실에 넣었다.
엄마가 김치찌개를 주셔서 그것부터 먹어야 하기에 뼈다귀는 나중을 기약했다.

그제 대낮에 장보러 나가기 전에 돼지 등뼈를 꺼내 큰 냄비에 담고 물을 넉넉히 넣었다.
오래 끓이는 요리엔 높이가 좀 있는 냄비가 좋다. 국물이 넘치는 걸 신경 안 쓰려면...
저녁에 딸아이의 숙제도 봐주면서 가스레인지의 불을 켰다.



수육도, 영계백숙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물 한 번 끓여서 물을 버리며 고기와 뼈는 체에 받아 놓고 냄비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게 귀찮아서 그냥 물 위에 떠 있는 불순물만 제거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식당 같은 업소에서나 그러지 가정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체에 받아 놓은 뼈를 흐르는 물에 손으로 문지르며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는다.
등뼈를 되도록 높이가 낮게 담고 물을 그 최고 높이에 맞춰 넣고 뚜껑 덮어 2단 불을 켠다.



물이 끓으면 불을 1단으로 낮추고 양념을 넣는다.
고기 잡냄새 잡는덴 카레가 짱이라고 누누히 강조한다.
분말카레 한 스푼과 나중에 국물을 곰탕으로 먹기 위해 된장 한 스푼과 후추를 넣었다.

난 영계백숙이나 돼지뼈나 두 가지의 방법을 쓰는데 하나는 고기만 먹고 물을 버리는 거고, 또 하나는 먹고 남은 뼈를 깨끗이 씻어 다시 국물에 넣고 한참 끓여 곰탕으로 먹는 것이다. 사실 그 다음 날인 어제 저녁에 2차로 끓여 아이에겐 밥을 말아서 주고 난 붙은 뼈를 분리하며 아주 깨끗이 청소를 했다. 내가 사는 집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안 키운다.^^
아참... 곰탕, 그러니까 뼈다귀 해장국으로 만들 땐 라면 스프 조금 넣으면 양념이 된다.



끓는 동안 찍어 먹을 조미 소금을 만든다. 꽃소금, 분말 카레, 깨 딱 세 가지만 넣었다.
국물에 후추를 안 뿌렸다면 여기에 후추 조금 넣어도 좋다.
요리할 땐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춰 놓으면 아주 편하다.
물이 끓을 때 30분 후에 울리도록 알람을 맞추면 요리가 완성된다.
자,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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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비 오는 날엔 뼈다귀를 뜯자 완성...^^

다른 요리 블로그엔 늘 숨겨지지만 내 요리엔 늘 소개되는 원재료비.
돼지 등뼈 두 근이니까 가격은 딱 3천 원이다.
단돈 3천 원으로 어떤 밥상과 술상이 만들어지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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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끝내주는 풍경이 연출된다.^^
쌈장, 풋고추, 양파는 엄마가 싸주신 거고 마늘과 소주만 내가 산 것이다.
왼쪽에 앉아 있는 딸아이가 너무 조용히 먹는다. 어떻게 먹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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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먹는 자세 하난 제대로다. 이도 하나 빠져서 먹기 힘들 텐데 너무도 진지하다.^^

이젠 가을이라 날씨도 쌀쌀한데 오늘 저녁에 뼈다귀는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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