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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 오이김치, 돼지고기 수육

하수의 퓨전 요리 | 2010. 11. 30. 11:29 | Posted by 하수


부추 오이김치, 돼지고기 수육


어제도 득템한 날, 아~~~ 행복해~~~.^^



분명히 부추 한 단에 1,500원이고 백오이 네 개가 천 원임을 확인하고 장을 보러 갔었는데 야채 코너를 지나며 자세히 보니 오이를 엄청 많이 넣은 비닐 봉투 딱 하나가 보였다.
바로 그 전날 못 팔린 오이가 덜 싱싱해서 떨이로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었다. 바로 집었다.
불고기용 돼지고기 네 근을 만 원에 팔아서 일요일에 부모님께도 드릴 겸 넉넉히 샀다.



난 혀가 갈라져서 너무 매운 건 잘 먹지 못한다. 보통 오이(아삭이?)고추를 먹는데 풋고추 중에서도 덩치가 좀 되는 녀석들은 덜 매워서 거의 오이고추만한 풋고추도 한 팩을 샀다.



부추 한 단 1,500원, 덩치 큰 풋고추 천 원, 오이 무려 여섯 개도 딸랑 천 원...^^



불고기용 돼지고기는 흔히 말하는 돼지 뒷다리살이다. 누구는 엉덩이살이라고도 부른다.
돼지 뒷다리살을 미리 얇게 썰어서 파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고기는 제육볶음밖에 할 수가 없다. 종이처럼 얇은 고기로 수육을 할 수도 없고... 구입하기 전에 마트직원에게 물었다.

"고기를 미리 썰어서 파는 거요? 아님, 덩어리로 파는 거요?"
"저희는 생고기만 취급해서 미리 썰지를 않습니다."
"물건이나 한 번 봅시다."
"구이용으로 드릴까요? 수육용으로 드릴까요?"
"수육."

냉장고에서 돼지고기 한 덩어리를 가져와 저울에 달며 내게 물었다.
"아버님, 3kg 조금 넘는데 이걸로 드릴까요?"
"그럼, 한 1.5cm로 썰어 주시오."
"수육으로 드신다면서요?"
"아, 난 찜기에서 찌거든..."

요즘은 마트직원들이 너무 기가 막히게 담는다. 원단위가 늘 9원이라 9원씩 번다.^^
김치를 담그는 날은 장을 좀 일찍 봤어야 했는데 많이 늦어 서둘러 귀가했다.



오이 꼭지를 손톱으로 다듬고 주방세제 묻힌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길이 방향으로 6등분하고 각각은 네 토막으로 썰었다.



이젠 부추를 다듬을 시간인데 이 마트의 부추는 흙이 너무 많이 묻어 있는 게 문제다.
수확을 할 때 흙탕물에서 하는 것도 아닌데 좀 깨끗이 하면 상품가치도 더 오를 텐데...



수돗물을 작게 틀고 부추를 한 뿌리씩 일일이 손질했다. 싱크대 높이가 낮아서 짝다리로 선 채로 일을 하다보니 허리도 슬슬 아프고... 남자에게 싱크대의 높이는 어휴... ㅠㅠ;;
부추의 손질이 거의 끝날 무렵 딸아이가 귀가했다.

"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
"헐... 또 부추에요?"
"하하하, 너 줄 거 아냐 임마, 할머니, 할아버지 드릴 거야..."

딸아이가 방에 있던 상 위의 돼지고기를 보며,
"이 고기도 할머니, 할아버지 드릴 거에요?"
"아니, 그 건 반반씩 나눌 거야... 옷 벗고 얼른 세수해라."
"네~~~."


오이김치도 명색이 김치인데 김장날엔 수육



찜기에 물을 넉넉히 넣고 돼지고기를 주방으로 가져와 한 덩어리를 올리며 1단 불을 켰다.
딸아이 숙제도 검사하며 책가방을 싸라고 이르고는 부추 오이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추를 5등분으로 썰고, 풋고추 두 개도 잘게 썰고, 오이, 까나리액젓 2스푼, 굴소스 왕창, 고춧가루와 꽃소금 한 움큼씩, 갈은 마늘 얼려 놓은 것도 넣었다. 본격적으로 무치기 전에 김치를 담을 용기도 바닥에 미리 준비하여 중간에 손을 또 씻어야 하는 일을 예방했다.
문득 익은 돼지고기의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찜기의 가스불을 줄여 한 1/3단으로 켰다.

한참을 무치고 있는데 딸아이가 메모를 한다며 무엇무엇이 들어갔는지 물어봤다.
"하하하... 얌마, 이런 간단한 김치를 뭘 적냐?"
"요리사가 꿈인데 적어 놔야죠..."
"그럼, 그냥 나중에 아빠 블로그에서 봐."

왼손은 대야를 잡고 오른손으로 아주 야무지게 무치며 용기에 담았다.
자,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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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부추 오이김치 완성...^^

큰 통에 담은 건 일요일에 부모님 댁으로 놀러 갈 때 드릴 것이고 작은 건 우리가 먹을 것.

"아빠, 저도 맛보게 오이 하나 주세요~."
"오이는 아직 싱거워서 맛이 없어, 부추 하나 먹자."
"에잉... 부추 말고 오이 하나 주세요~."

싱거운 오이 하나를 먹고는 반응이 전혀 없다.
"짜식... 그러니까 부추나 맛보라니까..."

찜기에서 아주 팍팍 쪄진 돼지고기를 꺼낼 시간이었다. 잘 익은 돼지고기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잘게 자르며 접시 위에 올렸다. 물에서 삶은 게 아니라서 좀 찝찝하고 찬물로 씻었기 때문에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을 돌리며 상을 차렸다.
자,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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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돼지고기 수육 완성...^^

젓가락과 배추김치를 꺼내서 주며 먼저 먹으라고 했다.

오이김치를 만들었던 대야도 깨끗이 씻고, 아이가 벗어 놓은 양말과 마스크도 손빨래하고, 남은 돼지고기도 비닐 롤백 몇 장 뽑아 한 덩어리씩 펴서 정리해 냉동실에 넣고, 깨끗이 손 씻고 방 안으로 들어오니 딸아이는 이미 파장이다. 짜식이 비계 붙은 녀석만 골라 먹었다.

고기를 더 먹으라고 했더니 상추 반 쪽만 더 먹겠다며 사양했다. 풋고추, 양파, 마늘을 꺼내 돼지고기 수육을 쌈으로 즐기고 있는데 딸아이가 옆으로 다가와 앉으며 또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어제도 딸아이와 한참 수다를 떨며 행복하고 즐거웠던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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