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지리 궁상이라고 했던가?
'비록 가난하지만 알뜰하게 살 망정 절대 궁상떨지 않겠노라'며 다짐을 하고 살아왔는데,
한겨울에 쌈을 자주 즐기다보니 오른손에 동상이 걸렸다. 아... 쪽팔료... ㅠ.,ㅠ
지금이 7~80년대도 아닌데 뭔 동상... 예전엔 치료제로 마늘대 끓인 물을 썼는데...^^
한겨울에 설거지는 찬물로 해도 얇은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끼니까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맨손으로 요리를 하는 습관이다. 야채를 씻고 다듬을 때 찬물을 안 쓸 수가 없다.
꼭 일 못하는 놈이 잘 다치고, 살림 제대로 못하는 놈이 사고를 친다.
남을 나무라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를 한탄하는 것이다. ㅎㅎㅎ^^
어젠 종일 면장갑(일할 때 쓰는 게 아니라 보온용)을 끼고 지내며 블로그도 하루 제끼고 마음 편히 쉬었다. 그제 잠을 잘못 잤는지 왼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결국 양손 모두...
왼손은 프라이팬 들기도 벅차고 오른손은 동상이고... 그래도 하루 쉬니까 좀 낫다.
어제 저녁 딸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에서 무엇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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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서 본 아이들에게 주는 상장이었다.
책값이 너무 비싸 책을 사 주지 못하고 있지만 학교 도서관이 있으니 자주 빌려서 보게 한 결과였다. 상장에 으뜸상이라고 적혀 있으니 혹시나 싶어,
"너가 1등한 거야?"
"아뇨, 전 3등이에요."
"내년엔 책 더 많이 보자."
"네~~~."
지난 일요일에 딸이이와 부모님 댁에 일찍 가서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왔었다.
부모님께 드린 건 2인분짜리 우동 두 개와 센베이 과자 한 봉지 뿐이었는데, 엄마는 양파 두 개, 돼지고기 수육 한가득(점심 때 일부러 많이 만드셨다), 소고기 조금을 주셨다.
그러고 보니, 딸아이를 혼자 키우며 나 스스로가 소고기는 산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참... 시루떡도 두 장 주셨다. 지지난 주 토요일에 집들이를 하셔서 동네 잔치를 했는데 그때 남은 떡이었다. 시골로 이사를 가면 어쩔 수 없이 집들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애호박 1/4 정도를 대충 썰어서 넣고, 엄마가 싸 주신 돼지고기 수육을 일요일 저녁에 딸아이와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남아서 식가위로 잘게 잘라 넣었다. 예전에도 소개했었지만,
돼지고기, 애호박, 새우젓 ☜ 요게 은근히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삼총사다.
2010/11/15 - 음식 최고의 궁합, 애호박과 새우젓
아이가 새우젓 수염이 씹히는 걸 아직 싫어해서 대신 까나리액젓 한 스푼을 넣고 물 세 컵 넣어 가스불 1단으로 팔팔 끓이다가 불을 반으로 줄여서 5분 후에 끄고 상을 차렸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애호박찌개의 애호박은 좀 오래 끓여야 한다.
중간에 간을 보긴 했는데 소금간은 필요가 없었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나서 머리 좀 굴리다가 마법의 가루, 라면 스프 작은 반 스푼을 넣었다. 스프는 아주 약간만...^^
자,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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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애호박찌개 완성...^^
왜 이렇게 조금만 담았냐고?
많이 담으면 내용물이 잘 안 보이고 너무 뜨거워 이미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으니까...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과 푹 익은 배추김치를 꺼내 상을 차렸다.
어제 저녁 하수네 만찬 광경이다. 시골 밥상처럼 너무 훈훈하지 않은가? ^^
배가 많이 고팠는지 딸아이의 밥 먹는 속도가 완전 아우토반이었다.
아이가 배부르게 먹고 학교에서 빌려 온 책 두 권을 다 읽더니(밥 먹기 전에도 이미 읽고 있었던 걸 마저 읽었다) 또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소화를 시켰다. 시간이 흘러서...
"아빠, 간식 없어요?"
"벌써 소화 다 됐냐?"
"네~~~."
바나나를 줄까, 호떡을 줄까 고민하는데 엄마가 주셨던 소고기가 생각났다.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소고기 몇 조각을 올리며 냄비 뚜껑을 덮고 가스불 1단으로 켜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면 불을 끄고 방치하다가, 고기를 뒤집고 냄비 뚜껑 없이 가스불 1단으로 켜서 물기를 증발시키며 굽는다. 물기라는 게 물 성분도 있겠지만 육즙도 포함된다.
자, 간식 완성작을 감상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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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소고기 구이 완성...^^
솔솔 꽃소금을 조금 뿌렸는데 보일 줄 알았더니 잘 안 보인다.
딸아이의 저 심오한 표정... 너무도 진지한 모습이다.
"아빠, 이거 엄청 맛있어요."
"그래, 가끔 해 줄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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