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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엔 비싸야 고급인 줄로만 알고 살았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경양식으로 불리던 깔끔한 스프와 일명 '칼과 포크로 먹는 음식'...
이제 나이가 들어 불혹이 좀 넘으니 비싸야 고급이 아닌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
물론 음식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 됨됨이도 그렇고 인생 자체가 그러했다.


비싸야 고급인가? 500원, 천 원짜리 만찬


그저께 토요일, 아침을 맛있게 먹고 아이와 본가에 놀러갔다.
근처도 안 갔는데 벌써부터 강아지 '아롱이'가 반갑게 맞아줬다.
딸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주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정신을 쏙 빼고 놀았다.
점심으로 엄마표 비지찌개와 맛있는 반찬,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얻어 먹고,
난 또 특판하는 중형마트를 향해 걸었다. 물론 장보기 가방과 비닐봉투 하나 챙겨서...



이 녀석은 불고기 햄인데, 500g으로 착한 가격 딸랑 천 원이다.
마트에서 여러 가지를 구입하며 저 녀석도 두 개 사서 하난 본가에 놓고 왔다.
생고기 돼지고기 네 근을 만 원에 사서 그 것도 본가와 조금 나눴다. 득템한 하루...^^

어제 일요일, 아이와 종일 방콕을 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데 아이가 자꾸 물어봤다.
"아빠, 저녁은 뭐에요?", "뭘 물어보냐? 그냥 아빠가 해주는 것 먹으면 되지...",
"그래도 일요일인데...", ㅠ.,ㅠ



천 원짜리 햄을 딱 반으로 갈라 500원어치 햄을 약한 불에 기름 없이 후라이팬에 부쳤다.
흠... 생각해보니 부치는 개념이 아니라 구웠다고 해야하나?
방에서 컴퓨터게임에 몰두하던 녀석이 냄새를 맡고는 주방으로 나왔다.
"와~~~ 햄이다~~~.", "얌마, 이 것 아빠 안주야~~~.", "저도 주세요~~~."



짜짠... 비싸야 고급인가? 500원, 천 원짜리 만찬 반 완성...^^
왜 반만 완성이냐고? 저 놈은 500원짜리 만찬이고 아래 천 원짜리도 소개할 것이니까...
머스터드 소스가 집에 있는 줄 았았는데 찾아보니 없었다. 뭐 머스터드가 별거인가?
그냥 냉면재료로 있던 질은 연겨자소스를 뿌렸다.



아이의 할머니가 싸주신 인절미를 미리 밥통에 넣고 쪘는데 아주 진짜 떡이 되었다.
2천 원짜리 떡을 딱 반만 쪘다. 그러니까 요 녀석은 천 원짜리 만찬...^^
아이의 별명이 떡순이라, 본가에 놀러갈 때마다 아이 주라고 엄마가 자주 챙겨주신다.
930ml 우유 두 개를 2,500원에 저렴하게 샀는데 그 우유도 따라 내줬다.
요즘은 특판 아니면 우유도 사먹기가 꺼려진다. 우유값이 장난이 아니라는... ㅠㅠ;;



아이가 떡을 먹다가 햄을 자꾸 쳐다보길래 햄을 반으로 접어 아이 입에 넣어줬더니,
우유수염을 하고는 요렇게 오물오물 맛있게 먹었다.
"아빠, 떡 다 먹으면 햄 또 주세요~~~.", "알았어... 떡이나 다 먹어라..."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일요일 만찬으로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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