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콩밥을 싫어하거나 콩이 구하기가 어려워 콩을 이용하는 요리에 쉽게 접근하지 못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나처럼 비싸게 파는 대형마트를 안 다니는 주부라면 콩은 구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냉장고 안에 찹쌀, 조, 보리, 흑미 등이 있어 가끔 이것저것 섞어서 밥을 짓는다.
콩도 있으면 좋겠지만 구하기도 힘들고 뭐 그다지 필요한 것 같지도 않고...
왜 콩이 필요하지 않냐고?
청국장과 두부만 있어도 영양이 충분하니까...^^
어제 저녁 하수네 주안상이다. 미모의 여인이 입꼬리를 올리고 청국장을 음미하고 있다.
뽀샤시한 피부를 소유한 저 여인의 실체가 누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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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한테 무슨 여인네가 있으랴.... 내 딸아이지... ㅎㅎㅎ^^
아이의 반찬으로 숙주나물과 깍두기를 꺼냈다.
두부 부침에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간장 소스를 뿌려 마무리를 했다.
"아빠, 저도 두부 주세요~.", "안 그래도 너 주려고 지금 자르고 있잖아...."
내가 먹기 전에 먼저 젓가락으로 두부 하나를 네 등분해서 아이의 그릇에 올려줬다.
입맛 복고풍인 내 딸아이... 아빠가 대충 만든 요리를 너무 잘 먹어줘서 늘 고맙다...
아이가 저렇게 먹고 한 시간 정도 지나니 간식을 원했다.
내가 다니는 단골마트는 왕복 10분 거리가 좀 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1.8리터 소주를 착한 가격 4,100원에, 큰 두부는 600원에, 천 원짜리 과자 세 가지를 2천 원에 판다. 콩나물도 500원어치씩 팔고 있어서 거리가 좀 멀어도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다.
집과 가까운 마트들은 1.8리터 소주를 4,500원에 판다. 너무 무식하게 비싸다는... ㅡㅡ;;
어제 저 단골마트에서 장을 간단하게 보는데 어느 백발의 노인양반이 관절이 안 좋으신지 잘 걷지도 못 하며 유리병으로 된 소주를 각각 1,200원씩 두 병을 구입하는 것을 봤다.
미래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좀 안쓰러웠지만 또 한편 다른 안타까움도 들었다.
'그냥 나처럼 다섯 병짜리인 1.8리터짜리를 사놓고 조금씩 마시면 훨씬 저렴할텐데...'
어제 구입한 과자 하나를 꺼내며, "오늘은 반만 먹고 남은 건 내일 먹어라~.", "네~."
목이 마를까봐 우유도 한 잔 따라 내줬다.
그 후 또 한 시간이 지나 아이가 간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뭐 또 없어요~?"
ㅎㅎㅎ 짜식... 하기사 한창 클 때니까 많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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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본가를 갔다가 그 동네 마트에서 특판을 하기에 돼지고기 네 근을 딸랑 만 원에 구입했다. 양이 너무 많아 본가에 조금 덜고 왔다. 집에 와서는 고기들을 위생 비닐 세 개에 나눠 담고 납작하게 펴서 냉동실에 보관했었는데 하나를 꺼내 조금만 잘라서 구웠다.
저런 구이엔 소금에 후추를 뿌려 간단하게 즐기면 된다. 아이가 먹다가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짜식... 청국장, 두부부침 먹을 땐 엄지손가락 안 올려주더니만... ㅠㅠ;;
콩과 콩밥이 싫다면 꼭 힘들게 먹을 필요는 없다.
난 오늘 아침에도 된장을 풀어 시금치와 콩나물을 넣은 된장국을 아이와 같이 먹었다.
된장국, 청국장, 두부를 즐긴다면 콩을 꼭 따로 먹을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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