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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주부야 경험이 부족하니 실수 연발이 당연하다.
신참들이 주로 하는 실수는 요리책을 보고 따라 한다며 요리 재료를 구입하는 것이다.
재료를 레시피처럼 딱 입맛에 맞게 조금씩 팔지는 않는다. 요리책이나 요리블로그의 포스트는 그냥 참고만 해야 한다. 이런 건 잔소리해봐야 소용이 없다. 내공이 쌓여야 하니까...

문제는 경험도 풍부한 고참 주부들도 계속 반복하여 실수하는 것들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고참'이란 뜻은 단순히 기간만이 오래된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가 주부 9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전업주부, 직장맘, 남자주부, 솔로 모두가 포함된다.
주부는 별종직이 아니다. 집에서 살림을 가끔이라도 하면 모두 주부니까...
2009/09/22 - 당신은 살림 주부 9단? 주부 초보?


수돗물은 절대로 안 마시는데 설겆이는 보일러 온수로

우리가 어릴 때는 학교에서 목이 마를 때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목을 축였다.
하기사 십수 년 전에 미국으로 출장갔을 때 어느 식당에서 마실 물 좀 달라고 주문했더니 수돗물을 떠다 줘서 상당히 난감했었다. 중간에 묵던 호텔에선 계속 수돗물을 마셨다.

요즘은 생수를 비싸게 구입해 마시거나 정수기를 설치해서, 마시는 물에도 투자를 한다.
난 일주일에 두세 번 5리터짜리 큰 주전자로 결명자차를 한 주전자 끓여서 차갑게 식혀 마신다. 어릴 적부터 끓인 물만 마셔서 그런지 이젠 맹물은 너무 맛이 없어서 못 마시겠다.


우린 마시는 물에는 투자를 많이 한다.
설겆이를 할 때도 고운 손의 피부를 위하여 고무장갑을 낀다.
몸매는 형편 없을 망정 피부 하나만큼은 고와야 한다며 엄청 유난을 떤다.
한겨울엔 절대로 찬물로 설겆이를 안 한다.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 놓고 반바지에 반팔 셔츠를 입고 방바닥 뒹굴며 놀면서 설겆이는 허옇게 나오는 보일러 온수로 대충 닦는다.

그냥 수돗물도 안 마시는 양반들이 보일러 온수는 마실까?
물론 따뜻한 물로 설겆이를 해도 상관 없다. 기름기가 많은 그릇은 찬물로 설겆이를 하면 깨끗이 닦이지가 않으니 찬물을 조금 끓이거나 보일러 온수로 설겆이를 하는 게 정답이다.
추운 겨울에 고통스럽게 참아가며 찬물에 설겆이를 하는 것도 좀 미련해 보일 수도 있다.
2009/11/17 - 고무장갑 덕을 많이 보는 계절

기계 가공이나 미술 조각을 할 때 처음 대충 비슷한 모양으로 깎는 것을 '황삭'이라 부르고 황삭을 거쳐 점점 형태를 갖추면서 나중에 최종 마무리하는 것은 '다듬질'이라 부른다.
설겆이도 황삭과 다듬질이 있는데, 황삭 단계인 물에 불리고 세제를 사용해 닦는 과정에서는 온수를 써도 상관 없지만 다듬질 단계인 헹구는 과정에선 찬물을 쓰는 게 옳다.

한겨울에 이 글을 쓰려다 반박이 심할까봐 날씨가 많이 풀린 5월에 쓰게 되었다.


장을 아무리 잘 보면 뭐하나? 버리는 게 반인데

난 특별히 살림을 잘하진 못 한다.
눈도 침침하고 손재주도 없어서 바느질도 잘 못 한다.
음식도 맛깔스럽게 요리하지 못 해서 짧은 시간에 후다닥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이런 내게도 주특기는 있다.
2010/04/26 - 당신의 주특기는? 내 주특기는 장보기

장을 보면서 다른 주부들이 구입해서 담아 놓은 장바구니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식당을 운영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뭘 그리도 많이 사재기를 하는지...
매일 매일이 집들이처럼 잔치를 벌이는 것도 아닌데 큰 비닐봉투 두 개는 기본이다.
길거리에서 이것 저것 파는 할머니들과 몇백 원 깎는다고 흥정을 한다.
그나마 이렇게 발품 팔며 다니는 주부는 칭찬 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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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50029 by jaehune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기름값이 올랐다며 물가 걱정을 하면서도 곧죽어도 차는 꼭 끌고 대형마트로 향한다.
오늘은 무엇을 요리할까 미리 생각같은 건 해본 적이 없다. 식단표는 짜본 적이 없다.
식구 수는 적은데 대형마트에 들어서면 전쟁통에 비상식품을 사듯이 아주 눈이 뒤집힌다.

이것 저것 생각 없이 담다가 특별 할인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특별히 그 재료가 필요하지 않아도 발걸음이 이미 그쪽을 향하고 있다. 좋아하지도 않는 생선을 싸게 샀다고 나름 흐뭇해 하다가 '1+1'제품에 눈길이 가면 그냥 또 주워 담는다. 시식코너에서 주섬주섬 먹다가, "콩나물 한 봉다리가 딱 5분 동안만 백 원~" 이런 소리가 들리면 또 그쪽으로...
싸게 샀다고 엄청 뿌듯해 한다. 스스로를 주부 9단이라 위로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가계부는 써본 적이 당연히 없고 카드 결제일마다는 놀라서 자빠진다.
가끔 냉장고를 열 때면 상한 음식으로 냄새가 난다. 청소 삼아 냉장고를 싹 비운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이럴 땐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
베둘레헴이 장난이 아니다. 아... 또 스트레스가 쌓인다. 맥주를 꺼내 마신다.
한 잔 했더니 노곤하다. 졸리니 낮잠을 잔다.
일어나니 늦은 오후, 냉장고를 또 열어 보니 뭐 만들 요리 재료가 없다.
모자를 꾹 눌러 쓰고 차를 몰고 또 대형마트로 향한다. 늘 실수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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