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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MC? 옛날엔 국민 비누도 있었다

하수의 일상 | 2010. 5. 20. 11:35 | Posted by 하수


기억이 나시는가? 한때 다이알 비누데이트 비누가 국민 비누였을 때를?
이발소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엄마의 화장품 냄새도 나는 것 같고...
그 이전엔 크라운 산도만한 크기의 동그란 선분홍 색이 고운 이쁜이 비누가 인기였다.
아참... 옛날엔 산도가 조그만 네모였지? 옛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빨래를 할 때도, 설겆이를 할 때도, 머리 감고 세수를 할 때도 사용되었다.
이쁜이 비누... 당시에는 진짜 국민 비누였다.


국민 MC? 옛날엔 국민 비누도 있었다


요즘엔 이런 비누를 줘도 안 쓰는 분들이 많겠지만 난 오늘도 빨래 비누로 샤워를 했다.
어떻게 빨래 비누로 몸을 씻냐고? 예전 군대에서는 빨래 비누로 설겆이를 했었는데?
입에 대는 수저와 식판을 닦을 때도 쓰던 건데 뭐 몸쯤이야...
물론 머리를 감을 땐 샴푸를 쓴다. 아이를 씻길 때는 바디 샴푸나 세수 비누를 쓰고.

요즘은 천대 받지만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 또 그 아성에 도전했던 미풍도 생각난다.
평범했던 음식도 요놈 좀 넣으면 맛이 기똥차게 달라진다는... 그야말로 신세계...^^
삼촌들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조미료는 꼭 챙겨서 돌아갔다.

'무식이 죄'라는 말도 있지만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도 있다.
옛날을 회상하면서 어떤 면에선 요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모두가 다 비슷하게 사니 아주 부잣집 아이까지도 거의 다 꼬질꼬질 지저분했다.
모두가 딱지치기, 망까기(비석치기), 구슬치기, 오징어(가오리)놀이, 고무줄놀이를 했다.
소매는 콧물을 훔쳐 닦아서 늘 더러웠고, 까만 교복 뒷덜미에는 하얀 비듬이 수북히...
그나마 누나들의 교복은 상황이 좀 좋다. 교복에 하얀 카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하얀 카라도 자세히 보면 목의 때가 묻어 지저분하다.

언제나 집 밖의 골목으로 나가면 동네 친구, 형, 누나들이 놀고 있다. 깜깜한 저녁이 될 때까지 그들과 함께 즐겁게 놀다가 엄마의 외침이 들리면 하나씩 둘씩 집으로 향한다.
"개똥아, 밥 먹어라~.", "말자야, 밥 먹어라~."
아... 그리운 그 소리들...

아침이 되어 아침밥을 먹고 가방을 매고 학교 갈 준비를 하면 밖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개똥아, 학교 가자~."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수다를 엄청 떨며 학교까지 걸어서 간다.
"어제 황금박쥐 봤어?", "아니, 만화가게 갈 돈이 없어서 못 봤어..."
이럴 땐 만화 가겟집 아이가 최고 인기다. 주절 주절 만화영화 줄거리를 이야기 한다.
요즘 아이돌의 인기? ㅎㅎㅎ 저 아이의 인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친분만 돈독하면 공짜로 TV라는 걸 볼 수도 있었으니까...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을 마루 바닥에 팽겨 치고 보물 상자를 연다.
밖에서 또 친구가 부른다. "개똥아, 노~올자..."
'오늘은 기필코 득템하리라~.' 마음을 굳게 다지며 딱지 한 움큼을 들고 밖으로 향한다.
딱지치기를 하려고 나갔는데 친구들이 못 보던 계급장놀이를 한다.
딱지와 계급장을 서로 바꾸며 새로운 계급장놀이에 올인, 딱지치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심지어 소독차가 오는 날이면 그냥 동네잔치 분위기다. 다들 개떼들처럼 그 뒤를 따른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발업 된 저글링처럼 완전 신이 나서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어른들이 말리지를 않았다. 소독차가 오는 날이면 집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놓았다.

비오는 날엔 밖에 나가 봐야 아무도 없으니 그냥 방콕이다.
모처럼 만에 공부라는 걸 해본다. 안 하던 공부라서 이럴 땐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부잣집이나 '전과'라고 부르던 참고서가 있었지, 그냥 교과서를 보며 숙제를 한다.
형과 누나가 나이차가 별로 없으면 잘 가르쳐주는데 터울이 좀 있으면 주로 생깐다.
숙제를 하고 싶어도 잘 모르니 대충 끄적여서 학교에 가면 선생님한테 늘 혼난다.
뭐 혼나는 건 잠시다. 학교 끝나서 또 친구들과 놀 상상을 하면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나 그리고 우리들은 대부분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였다.
차이가 좀 있다면 밀가루로 만든 소시지 반찬 정도다. 이런 소시지 요즘 잘 안 먹는다.
양말을 안 신고 까만 고무신을 신어도 누가 흉보는 사람도 없었고,
옷에 구멍이 나도 머리에 땜통이 있어도 아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아... 그 시절이 그립다. 아~ 옛날이여...


굳이 옛날과 비교하면 요즘은 엄청 부유해지고 생활이 윤택해졌지만,
사실 요즘 아이들 너무 불쌍하다. 무슨 죄가 있다고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까지...
아토피에 천식에...  다 모두가 편리함 만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잘못이다.
왕따도 없는 시절을 보낸 우리는 참으로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입시 지옥에, 학원 뺑뺑이에, 힘들어 하시는 부모님께 아이를 맡겨 불효까지 하고...
심지어는 아이를 아침 8시부터 밤 9시 넘어까지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도 봤다.
딸아이의 얘기를 들어 보면 아침 굶고 학교에 오는 친구들도 꽤 많다고 한다.
2010/03/17 - 아이를 굶길거면 왜 낳고 키우나?

그 누구를 탓하는 게 아니다. 상황이라는 게 어쩔 수가 없다는 걸 나도 잘 안다.
모두가 우리들의 잘못이지만 이런 생활은 우리가 바라던 건 절대로 아닌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타임 머신을 타고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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