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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고 수익금을 받아 오면서 오후 글을 쓰고 답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가 집에 왔다.
2010/05/18 - 비가 오는 날 잠깐의 나들이

"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 근데 너 신발이 왜 그래?"
비가 와서 우산을 챙겨주면서 장화를 신겨 보냈는데 집에 올 땐 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장화를 꺼내고 실내화를 넣으려고 보니 신발주머니의 상태가 영 시원치가 않았다.
아침에 아침밥 좀 오래 먹느라 지각을 하는 바람에 세수만 시켜 보내서 찝찝했었는데 옷을 벗으라고 하고는 아이 샤워를 시켰다. 일요일 대낮에 머리를 감겼는데 요즘 날씨가 더웠는지 가렵다고 해서 이틀 만에 또 머리를 감겼다. 내 딸아이는 긴 머리 소녀...



머리 감기는 건 별로 시간이 안 걸리는데, 힘든 건 젖은 머리를 말리는 것.
수건으로 최대한 물기를 없애고 드라이기를 들어 한참을 말렸다. 귀찮아서 머리를 짧게 깎아줄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더 정성스럽게 키우고 싶어 하찮은 생각을 접는다.

아이와 같이 숙제도 하며 책가방을 싸고 동화책 좀 읽고 있으라고 이르고는



더러워진 신발주머니를 빨래비누에 쓰다 버린 칫솔로 박박 문지르며 깨끗이 빨아 널었다.
입학 전에 책가방과 같이 온라인으로 구입한 신발주머니, 아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한다.
손톱이 길다. 내 손톱이 길다는 건 바로 아이의 손톱도 길다는 것. 일부러 같은 날 깎는다.
아이부터 손톱, 발톱을 깎아주고 나도 깎았다.

뭐 여차여차하여 아이가 게임할 시간이 훌쩍 넘었다. 아이가 슬슬 눈치를 보내길래 컴퓨터에 스피커를 연결해주고 자리를 피해 난 안방 청소를 했다. 식탁도 깨끗이 닦고...

아이에게 돌아와 물어봤다.
"오늘 우리 파티하라는데, 뭐 먹냐?", "무슨 파티요?", "블로그 이웃들이 우리 파티하래..."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아이가 입을 열었다.
"족발요~~~."
ㅎㅎㅎ 내 딸아이는 비싼 족발은 별로 안 좋아하고 저렴한 미니 족발을 좋아한다.^^
2009/12/11 - 입맛 복고풍인 딸아이와 즐기는 족발
2009/08/20 - 딸내미 이젠 다 컸다 벌써 족발맛을 안다

왕복 15분 거리에 단골 마트가 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그냥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그래, 밥도 일부러 안 했으니 오늘은 그냥 오로지 족발로 배를 채우자...' 라고 생각하며,
4천 원짜리 미니 족발 두 개를 사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언젠가 한 친구 녀석이 자기 딸아이와 함께 놀러 왔을 때 보쌈이었나 족발이었나 하여튼 뭔가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저런 비닐 자르는 칼이 들어 있어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겉포장은 저 비닐칼로 자르고 속포장은 가위로 잘라 족발을 손으로 잘게 쪼갰다.
아이에게 손 깨끗이 씻고 오라고 하고는 새우젓, 겨자 소스도 넣으며 상을 차렸다.



아... 내 딸아이지만 진짜 너무 입맛 복고풍이다.
복고풍인 입맛 때문에 내 살림이 더 편하긴 하지만 왠지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도 생긴다.
국 메뉴가 보통 추어탕, 장터소고기국, 곰탕, 미역국, 청국장, 해물된장국 뭐 이러니...
너무 어른 취향으로 먹이고 있어 저 복고풍인 입맛을 내가 만든 것 같아 가끔 애절하다.
마늘 네 개 썰고 풋고추도 하나 씻어 오니 아이가 저만큼이나 이미 먹고 있었다.



아... 저 표정... '내 딸아이는 이 시대 진정한 족발 마니아'임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가난한 아빠 만나 비싼 고급 음식을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건 자주 요리해줄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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